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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인공지능(AI)' 현재 그리고 미래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장
[ 2019년 10월 07일 09시 20분 ]

[특별 기고]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인간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모든 국민들이 인공지능 실체와 위력을 경험하면서부터 대한민국도 인공지능 열풍에 휩싸였다. 이후 의료를 포함 국내 산업 분야에서의 적용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기는 하나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너무 늦게 인공지능에 눈을 떠 이미 오래 전부터 AI에 대한 연구와 사업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 잡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쳐진 대한민국 인공지능(AI)
 

특히 외신 등에 보도됐지만 중국 AI 기술 수준 또한 매우 높아져 대한민국에 비해 2년이상 앞선 것으로 알려졌고 성장 속도 또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인공지능의 사업화 성패는 남들보다 앞서는 엔진 개발과 함께 누가, 얼마나 정제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서 딥러닝 시켰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데이터 전처치와 딥러닝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수준서 2년 격차라고 하는 것은 비관적으로 말해서 특별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추격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가 인공지능 분야에 국가 차원의 선택과 집중화 전략이 절실한 대목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모든 분야, 모든 일과 업무에 AI가 개입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필자는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고 그 기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많이 떨어지는 일반인이다. 다만 경영자로서 최근 새로운 대학병원인 은평성모병원을 개원하면서 스마트병원 및 4차 산업혁명의 DNA를 이식하고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의사 식견으로 향후 10년간 의료계에 국한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떠한 인공지능 기술이 병원이나 의료진에게 필요한지 등을 객관적인 측면에서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향후 10년간은 의료계에서 AI 바람이 매우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인공지능 전문회사들과 한국 AI 스타트업들은 의료계 인공지능 기술 필요성을 절감하고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노력을 꾀하고 있다.
 

혁신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의료영상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판단해서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음성 정보를 문자로 전사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환자의 영상, 음성,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질병 예측 및 예방, 치료 등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공코자 하는 것이다.
 

구글 "인공지능 진단 정확도, 일부 암 등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나"


그럼 이 같은 인공지능 혁신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현재 어느 정도 의료계에 접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의료 영상데이터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분석하고 진단하는 분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2018년 상용화된 인공지능의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영상의학과 전문의 101명 진단과 비교해 본 결과, 의사들 진단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보고됐고 유방암 병리진단 역시 92%이상의 정확도를 보여 많은 의료진들을 놀라게 했다.
 

또 안과의 당뇨성 망막증에 대한 영상 진단 정확도는 99%로 더 이상 발전할 필요가 없어졌다. 2019년 Nature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6716례의 폐암 CT 영상으로 AI 진단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무려 94%나 됐다. 판단이 매우 어려운 뇌종양 MRI 영상에 대한 정확도 역시 무려 85% 이상으로 나타나 뇌(腦) 전문의사들의 진단율 60%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 발표에 의하면 자사 인공지능의 진단 정확도가 유방암 99%, 폐암 95%이며 전이암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즉, 아직까지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해 인간보다 뛰어난 정확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몇 암에 대해서는 이미 인간의 진단 정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AI를 이용한 영상 진단은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 역할뿐만 아니라 폭증하고 있는 수많은 영상데이터를 처리하고 진단하는데 극심한 피로감과 시간 부족을 느끼고 있는 의료진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병원 경영자나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기술이다.

 

의료영상 데이터가 질병 진단에 집중돼 의사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의료진 음성을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문자로 변환시켜 의무기록에 입력하는 '음성(Voice) 인식 인공지능'은 의료진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음성 인식 인공지능, 의무기록 획기적 패러다임 변화 예고···외국에선 의료진 만족도 높아 

대다수 의료진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2~5시간을 의무기록 작성에 투자, 환자진료는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데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면 환자 상태를 비롯해 검사결과, 처방, 처치, 수술 등을 음성으로 의무기록에 입력하면 의료진이 기록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50만명이 넘는 의사 및 간호사들이 음성인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사용한 이후 의사나 간호사의 Burn-out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피로감이 70~80% 감소됐으며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3~4시간 증가됐다는 보고들이 있다.

현재 상업화된 음성인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영어권에서 영어와 의료용어 인식률이 95%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안정화됐으며 의료진 만족도가 85% 이상으로 알려졌다.
 

의료 AI 최고봉은 IBM watson(왓슨)과 같이 정제된 대량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방 및 진단, 치료를 가능케 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만일 이런 인공지능이 발전해서 인간의사 수준을 뛰어넘는 진단력과 판단력을 갖게 된다면 미래 의료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주도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것 같다. 종합적인 면에서 인간을 앞서리라고 생각됐던 왓슨은 하향식 인공지능의 단점이 노출돼 딥러닝된 것만을 인식하고 인간수준으로 종합분석하는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단순 암(癌) 진단은 가능하지만 전이성암과 같이 환자 전체를 고려하는 판단에는 문제가 많은데 전체적으로 의료진과의 일치율은 아직 56%정도로 낮았다. 여기에 전이성암은 46%, 전이성 폐암은 17.8% 정도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의료 인공지능(AI), 3가지 방향으로 연구개발·상용화 추진

 

그렇다면 대한민국 의료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실정과 상용화 현실 및 미래 가능성은 어떨까.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에서는 3가지 방향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약 10여 개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회사들은 의료 영상데이터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2019년 현재 뇌영상 분석, 골연령 판독보조, 폐결절 검출, 뇌경색 및 치매 진단 보조, 암환자 예후 관리, 뇌자극 효과, 유방암 진단보조, 뇌노화측정, 흉부영상진단, 압박골절 진단보조 등 약 13개 의료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식품의약품안전처(KFDA)로부터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가 진행 중이다. 이들 회사는 자사 프로그램이 높은 인식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임상에서는 간단한 영상의 스크리닝 정도만 사용이 고려되고 있으며 CT나 MRI 영상의 암(癌) 진단 등은 의료법과 의료기관 폐쇄성으로 인해 데이터를 획득하기 어렵고 다기관 연구도 제한돼 있다. 이로인해 미국 등의 인공지능 제품에 비해 아직은 범위가 제한돼 있으며 인식률도 떨어지는 실정이다.
 

2019년 5월 10일 은평성모병원 개원식에 인공지능 의료지원 로봇과 함께 입장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 알프레드 슈에레브 교황대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손희송 주교

인공지능에서 인식률이 1% 떨어지는 것은 결국 경쟁력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의료데이터 개방 및 의료기관들 간 데이터 교환 등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매우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규모가 작은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한 분야에 집중한다. 반면 우리나라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거의 인공지능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아마도 이 같은 현실은 회사 존립을 위해 여러가지 국책과제 수혜 및 수행을 해야 하고 아직까지는 뚜렷한 캐시카우(현금 유동성)가 되는 프로덕트를 찾지못해 여러 분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극소수이지만 국내에도 2~3개 회사들이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에 적용코자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기존에 음성판독을 녹취, 전사하고 있던 영상의학과 판독 시장을 타깃으로 전사자를 대치할 수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영상의학과 이외에도 비교적 간단한 녹취인 수술기록 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 영어인식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의료진 대부분이 한글과 영어를 혼합해 사용하고 의료용어도 발음이 정확치 않다. 실제로 필자가 전시회에서 시험한 결과, 우리나라 제품은 미국 의료진 음성인식률 95%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아직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전자의무기록에 입력하는 프론트엔드나 UI가 선진국 수준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영상분석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음성인식 인공지능도 결국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러한 자료를 얻기가 힘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떄문에 보다 많은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질병 예방 및 진단, 치료, 예후 등의 종합적인 판단과 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선진국에 비해 기술이나 데이터 축적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 과제로 인공지능 회사 몇개가 연합하고 병원들이 주축이 돼 닥터앤서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걸음마 상태라고 생각되며 이 역시 정제된 빅데이터를 통해 성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폐쇄적 환경하에서는 빠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제된 데이터 획득·의료법 개정·틈새시장 공략 등 'AI 발전 전략' 시급
 

한국 의료현실 및 인공지능 연구개발과 상용화 등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타 산업분야는 조금 뒤떨어져 있어도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재정적 뒷받침만 있어도 어느정도 추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좋은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와 정제된 대량의 데이터,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딥러닝 시킬수 있는 시간이 필수적인데 이 3가지가 모두 부족한 것이 정말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돼 많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제 부터라도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공지능 시작은 결국 정제된 대량의 데이터이다. 의료에서 데이터는 의무기록지에 모두 보관되기 때문에 의무기록에 정확하고 충실하게 입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타이핑 방법을 음성인식 인공지능으로 대치해야 한다. 음성 입력은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며 충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게 한다.

 

둘째 현 의료법을 개정해서 의료기관들 간 데이터 교환이 가능해야만 대량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고 이런 데이터가 있어야 인공지능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셋째 의료기관이 인공지능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학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자체 의사로 구성된 인공지능 연구개발팀을 구성하고 전문가를 초청,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공부를 하고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이렇게 훈련된 의사들이 향후 엄청난 엔진을 직접 개발할 수는 없다고 해도 적어도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의료의 어떤 부분에, 어떤 인공지능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만 이해하더라도 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넷째, 영상 등에 대한 인공지능 연구는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프로젝트를 피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틈새시장을 발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각 의료기관이나 인공지능 회사의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원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 개발이나 상용화가 당장 선진국을 추격하기는 어렵지만 인공지능이 의료의 미래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는 많이 뒤떨어져 있으나 포기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반으로 정부 지원과 범의료계 차원의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 낸다면 글로벌 의료 인공지능(AI) 반열의 중심에 설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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