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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구속→규탄 궐기대회···의료사고특례법 닻 올리나
20일 우중에도 600여명 동료의사 참석, "사법부 판결, 현실 외면" 비판
[ 2019년 07월 22일 06시 02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고의성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 사고 특례법’ 제정에 속도가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정구속된 산부인과 의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 공동으로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산부인과 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에서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전달됐다.


앞서 6월27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형사 2심 판결에서 안동의 산부인과 의사가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판단하에 금고 8개월의 법정 구속을 결정했다.


이 문제를 두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민사사건의 경우는 의사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면 되지만 형사사건은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그러나 태반조기박리는 산부인과가 아닌 타 과 의사들도 알기 어려운 부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총 출혈 2400cc 중 태반하·복강내에서 발생한 파악되지 않고 갑자기 일어난 2000cc의 출혈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의사가 혹시 발견했으면서도 모른척 했는지를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어이 없는 상황 속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법부의 무지로 박탈당하는 의료진 사명감


이날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사진 左]은 “이번 판결이 두려운 이유는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의사라면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산 분만유도의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과 처치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의사의 법정구속은 출산일이 다가온 다른 산모와 태아, 진료 중인 환자의 건강권에 위해를 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승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사법부가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산부인과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임상 과목 중 젊은 여성 사망률 높은 게 산부인과고 주의를 기울여도 막을 수 없는 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분과가 산부인과다. 이번 형사 처벌로 의료현장이 처참하게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최근 단식 등 대정부 투쟁을 진행했던 최대집 의협회장 역시 의사 구속 사태는 국민건강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조속하게 구속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의사를 구속시키는 일은 없다. 의료사고 특례법을 제정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의협도 이 부분을 주요 개선과제로 설정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고형 선고받았던 산부인과 의사의 눈물


지난 2017년 자궁 내 태아 사망 사건으로 금고 8개월을 선고받았던 이희정 원장(인천 소재 산부인과 운영)[사진 右] 등장은 궐기대회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단상에 오른 이희정 원장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금고형을 선고받고 당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현재 구속된 안동 산부인과 동료 역시 큰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이희정 원장은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해 많은 공급자 단체의 궐기대회, 탄원서, 의견서 등 도움 끝에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저와 구속된 안동 산부인과 의사는 물론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태아와 산모를 위급한 상황에서 구하기 위해 최선을 하다는 의사다. 그럼에도 의료소송에서 법정 구속같은 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면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산부인과의사를 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국가가 나서 산부인과 선후배 모두가 진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석방과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의원·이승우 대전협 회장도 우려감 피력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궐기대회에 동참해 의사 구속 사태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이언주 의원은 “의사 구속 사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럴 거면 힘들게 공부해서 사명감을 갖고 왜 의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이 설 곳이 없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 불어닥치는 흐름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희생양을 찾아 모두가 인터넷상에서 떠든다. 공무원이나 정치꾼은 지성인답게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마녀사냥에 쫓아다니며 일시적 여론에 표를 구걸하는 게 지금 정치의 현실”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환자와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그렇다고 구속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결과만 갖고 나쁜놈 구속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사회가 그렇게 가면 결국 나도 억울한 일 당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야만적인 사회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도 단상에 올라 의사 구속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안동 산부의사 의사의 구속 사태는 전국의 모든 전공의에게 큰 짐으로 찾아왔다. 전공의 정원도 다 채우지 못하는 산부인과 기피 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족한 수의 분만의사로 인해 지방에 거주하는 산모는 출산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계기로 불편한 상황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회장은 “이제 의료현장은 감옥에 끌려가는 전쟁터가 됐다. 전과자가 될 각오로 버티라는 사법부의 결정이다. 전공의들이 의료 최전선에서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구속을 풀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소 방어선 구축 위해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시급 


의사 구속과 관련해 약 600여 명의 의사들은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역 광장을 채웠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결론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으로 모아졌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든 의료행위는 선한 의도를 전제로 이뤄지지만 침습적 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행위 결과가 형사처벌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만과 관련한 의료행위에는 돌발 변수가 많고,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 의료진 과실이 없더라도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기반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해체 등을 주장하며 개선된 의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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