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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30년 발전 원동력 '환자중심'
최기준 홍보실장(심장내과)
[ 2019년 07월 15일 05시 36분 ]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 지난 1977년 故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은 현대건설 주식 절반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후 1989년 1000병상, 23개 진료과를 갖춘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이 개원했다. 국내 최초의 심장 및 생체간이식 수술을 비롯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국내 첫 통합진료시스템 구축, 국내 최대 어린이중환자실 등 무수히 많은 '최초', '최대' 를 기록하며 폭풍성장해 하루 외래환자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진료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도 전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발돋움하면서 글로벌 의료기관 위상을 굳히고 있다. AMC(Asan Medical Center)가 외국 의사들 사이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홍보실장 최기준 교수(심장내과. 사진 下)를 만나 개원 30주년 의미를 들어보며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시간을 가졌다.[편집자주] 

Q. 서울아산병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이했다. 병원 차원에서 어떤 의의가 있는지
 
사실 서울아산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설립한 최초의 병원은 아니다. 1977년 재단 설립 이후 2년 정도에 걸쳐 보령, 보성, 정읍, 영덕 등 총 4개 지역에서 먼저 병원을 건립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목적에 따라 의료취약지 환자를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종합병원 규모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로써 중앙 병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989년 세워진 것이 서울중앙병원으로,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이 됐다. 1989년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이 병까지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의료가 사회에 기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故 정주영 설립자의 뜻이 30년간 이어져 왔다는 데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아산병원이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에서 세운 병원이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서울아산병원 개원 이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질이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 당시는 병원계에는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의사는 고압적이고 직원은 불친절했지만 환자들은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던 시절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이 환자중심병원을 선언하고 실천해 오면서 다른 대학병원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환자 만족도 차원에서도 성공적인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한다. 가시적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13년 연속 선정됐다. 전문가들의 추천 하에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Q. 개인적인 소회는 
 
지난 1995년부터 근무를 시작해 25년째 서울아산병원에 몸담고 있다. 현재의 동관이 문을 열던 때였는데 초창기 가족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와 펠로우를 마치고 왔던 터라, 솔직히 얘기하면 다소 편하게 일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왔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스탭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지고, 교수들이 입원환자를 직접 챙기는 분위기였다. 책임감과 함께 병원을 발전시켜야 겠다는 열정이 넘쳐났다.   
 
지금은 내가 속한 심장내과만 해도 교수진이 20여 명에 이르게 됐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처럼 긴 역사 속에서 의료계를 이끌어온 병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도적인 병원이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의료 질 차원에서도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자신이 있다. 장기이식과 심장, 암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故 정주영 이사장 설립 이념 토대로 의료취약지 주민건강 수호 보람"
"13년 연속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병원 선정 의미 커"
"외인구단 같은 젊은 의료진들이 열정을 불태워 오늘의 서울아산병원 자리매김"
"입원환자 증가 등 쏠림현상 답답, 중증환자 진료 보장 의료체계 마련 절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반 첨단 미래병원 모습 안착시켜 나갈 계획"


Q. 3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고 대표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은
 
지금은 흔히 쓰는 표현이 됐지만 역시 ‘환자중심병원’ 선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환자권리장전에 있는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 알 권리, 자기결정권 등은 우리 병원이 초기부터 중요시했던 가치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취지가 꾸준히 실천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서도 환자를 보는 의사에게 많은 자율을 보장했고 의료진 또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분위기에 매료돼 애정이 커졌다. 설립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안팎으로 ‘외인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대학병원으로 출발하지 않은 첫 사례였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만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문호 초대 원장께서 외국까지 나가 스카우트에 매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이들이 한데 모이니 오히려 상승 효과가 났다. 젊은 의료진이 모여 서로 경쟁하고 열정을 불태워 짧은 기간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상급종합병원으로써의 고민도 있을 텐데
 
소위 환자 쏠림 현상은 의료전달체계에 함께 하고 있는 중소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모두에게 어려움이다. 환자들 부담을 덜어 주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선택진료비 폐지와 2인실 보험 확대 등의 변화로 인해 2차병원이 충분히 수용 가능한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외래환자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입원 환자가 대폭 증가했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자면, 나는 시간이 있는데 병실이 없어서 환자를 보지 못한 적도 있다. 수술 및 시술을 위해 입원실이 필요했던 환자들이 자리가 없어 진료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의사의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이는 특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불리한 점이다. 내가 진료하는 부정맥 분야의 경우 환자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자료 검토에 대한 수가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의사 설명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시간을 많이 투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저렴한 진료비를 앞세워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소위 의료쇼핑을 줄이고 중증환자에 대한 충분한 진료 시간을 보장받기 위한 보완책이 있었으면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수익 증대를 위해서가 아닌, 같은 수익으로 적은 환자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Q. 20년 후 서울아산병원 50년의 미래 모습을 그린다면
 
최근 들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유전체 분석, 원격모니터링 등이 의료현장에 도입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아산병원 또한 이런 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일례로 심혈관질환과 치매, 유전질환 등 8대 질환의 21개 소프트웨어를 갖춘 인공지능 진단 보조 솔루션 ‘닥터앤서’가 서울아산병원 주도 하에 개발되고 있다. 간단한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환자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송하고, 입원환자 상태를 관찰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첨단 솔루션 등은 이미 현실화되는 중이다. 가까이로는 노인 진료와 감염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규 병동 구축을 들 수 있다. 1인당 의료 수요가 높은 노인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춰 최첨단 시스템을 접목한 심뇌혈관병원이 건립될 방침이다. 또한 감염 관리를 위한 별도 감염병동을 계획 중이다. 모든 응급실 내원 환자를 우선적으로 스크리닝하며 감염병의 개연성 혹은 확진이 판단될 경우 통합적 관리를 통해 추가적인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이식 등 서울아산병원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몇 개 분야에서는 우리 연구진의 성과가 AMC(Asan Medical Center)의 이름이 통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분야에서 AMC가 글로벌 브랜드로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하고 그렇게 되도록 서울아산병원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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