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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2명 중 1명 환자 폭언·폭력 경험···"의사라 참는다"
대전협 설문조사, "감당할 부분으로 여겨 민원 제기도 거의 없어"
[ 2019년 01월 11일 11시 05분 ]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의 피살 사건으로 의료진의 안전한 진료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보호자들과 접촉이 가장 많은 전공의들도 이들의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껏 전공의들은 환자‧보호자의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대부분 본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전공의 A씨는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것은 전공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전공의들끼리 만나면 폭력을 겪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공의 B씨는 “주변에 전공의로 근무하다가 그만둔 동료가 있었다”면서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자의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이기지 못한 것이 수련 중단의 이유였다. 그 동료를 비롯해 모든 전공의는 의사기 때문에 환자의 폭행은 견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전공의에 대한 환자‧보호자의 폭력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시행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의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2명 중 1명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 설문조사에 응한 전공의 3999명 중 50%(1998명)에 달하는 전공의가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최근 6개월간 환자 및 보호자 폭력으로 인해 근무 복귀가 힘들 정도의 상해를 입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공의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도 40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폭력을 당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설문 조사 결과에서 보면 환자‧보호자의 폭력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수준이지만 실제 협회로 들어오는 민원의 수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전공의들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의사로서 감내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아왔다는 것이 대전협측 분석이다.


이 회장은 “환자‧보호자와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전공의들은 불만을 넘어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라며 “다만 의사로서 환자 폭력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환자의 폭력은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급자나 지도교수의 폭력과는 달리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봤다.


응급의학과 "진료과 구조 때문" 신경과 "환자군 때문"

환자‧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은 진료과별로 응급의학과가 87.8%로 가장 높았고 신경과(66.3%), 성형외과(64.0%), 피부과(59.3%), 신경외과(58.5%) 순이었다.


전공의들이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력을 가장 많이 경험했던 응급의학과와 신경과는 환자‧보호자의 전공의 폭력이 많은 이유를 각각 진료과의 구조와 환자군의 특성에서 찾았다.


대한응급의학회 홍은석 이사장은 "응급실에 들어선 환자와 보호자는 급하고 의료진은 바쁘다. 환자와 의사가 라포를 형성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에 변화를 줄 것이라 기대를 내보였다.


응급실 응급의료종사자에 폭행이 발생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홍 이사장은 "이전에는 응급실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전공의를 포함해 의사들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며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정책적으로도 보호망이 생긴다. 긍정적인 효과가 생기고 이전에 있었던 폭력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신경과학회 고임석 수련이사는 “신경과에서 가장 많이 진료하는 환자들이 주로 뇌졸중, 치매, 간질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뇌졸중은 중환자가 많아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전공의들의 상황에서 쉽지가 않다. 정신 혼란 환자들이 많아서 폭력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환자와 보호자를 가장 많이 접하는데 환자‧보호자들이 의사라고 해도 인턴이나 전공의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경우에 폭력을 당하더라도 병원 처분이나 법적 조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는 “지금까지 이 사안과 관련 학회를 통해 제기된 민원이 없어서 설문조사에서 신경과가 타 진료과 대비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회도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환자‧보호자에 폭력을 당한 경우 협회에서는 해당 회원을 위해 법적 자문을 구하고 병원에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처한 회원들에 협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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