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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
정부, 자격정지 1개월 행정처분 방침 후폭풍 거세···헌재 판결 변수
[ 2019년 01월 02일 10시 53분 ]

2018년 여름 산부인과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수술)을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겠다고 개정안을 발표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데일리메디는 의사의 소명인 수술을 거부하고 고시에 반발하며 정부와 대척할 수밖에 없었던 산부인과 의사들 입장을 살펴보고 향후 이 사건이 어떻게 풀릴지 조망해봤다.[편집자주]
 

금난 8월 복지부는 낙태수술 시행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포함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 했다.

이번 고시에는 ▲진료 중 성범죄를 범한 경우 자격정지 12개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마약 또는 향정신의약품을 투약 또는 제공한 경우 자격정지 3개월 ▲약사법에 따른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사용 또는 변질·오염·손상됐거나 유효기간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자격정지 3개월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 등이 담겼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분노했다.

현행 형법 270조는 ‘의사·한의사·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산의회)는 이번 복지부의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낙태수술 거부로 맞불을 놨다.

(직선제)산의회는 “OECD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고,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사회·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과 그들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피할 수 없는 양심적 의료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범죄 집단인 양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고시가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된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의사 처벌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고시라는 것이다.

(직선제)산의회는 “우리는 임신중절수술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죄 처벌에 대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제270조의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낙태죄로 기소됐던 한 산부인과 의사가 2017년 2월 해당 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 시점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개정안에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2018년 8월 28일 열렸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낙태를 비롯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행정처분에 대해 질의하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의사들에 대한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답한 것이다.

남인순 의원은 “복지부가 이번 고시를 의견 수렴 없이 기습적 으로 발표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기습적으로 강행했다는 지적들이 있는 만큼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해당 의사들에 대한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답했다.

박능후 장관은 “낙태는 당초 자격정지 12개월을 검토하다가 기존대로 1개월로 했다”며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통지가 와서 공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에서 위헌 법률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을 강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이번에 개정된 공포는 법제처 통보에 따른 것이다. 처분은 잠시 보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낙태죄로 의사를 신고하더라도 수사를 거쳐 사법부의 판단이 나와야 행정처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vs정부,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에 대한 변론을 진행했으나 이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당초 8월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부가 판단할 때까지 정부도 결정을 유보하기로 한 만큼 현장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개정안 시행을 두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산부인과 개원의 A원장은“의료계에서 개정안 시행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시일만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수술을 한다고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어떤 의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냐. 이렇게 중요한 개정안의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니 현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로 낙태수술 행정처분 개정안 시행을 유보하는 발언이 나오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에 직접 질의를 하고 나서기도 했다.

(직선제)산의회는 금년 8월 29일 복지부에 낙태수술 의사 행정처분에 대한 공개질의를 했다.
(직선제)산의회는 복지부에 ▲의사 낙태로 민원이 제기돼도 형사처벌 결과가 없을 시 면허정지 처분을 안하는지 ▲낙태 수술 거부로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에 어떤 대책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직선제)산의회 고위 관계자는 “낙태수술이 비도덕적이라면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는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35년 전에는 산아제한을 한다고 묵인하더니 이렇게 제도가 행정편의적으로 가니 당사자인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안도 없이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폐업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 이후라고 숨지 말고 당사자인 국민들과의 합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들을 대표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낙태 관련법은 현실 동떨어진 사문화된 법”

대개협은 “우리나라 낙태 관련 법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강력한 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거의 사문화된 법”이라며 “생존이 불가능한 무뇌아조차 수술을 못하게 만든 모자보건법은 의학적·사회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낙후된 법으로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보건복지부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책임을 회피하고 그 결정은 의사들에게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호의 노력도 없이 한 직역에 적당히 그 책임을 미뤄 해결하려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는 복지부에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며 “당분간 규칙의 유예라는 미봉책이 아니라 잘못된 규칙의 폐기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합리적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직선제 산의회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당장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현명한 해결책과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산부인과 진료실의 환자와 의사 간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는 문제 뒤에 숨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유도해 미비한 낱개 관련법을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을 거부한지 4개월이 흐른 현재 일선 개원가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부인과 의원 A원장은 “어떤 의사가 자격정지를 감수하면서 낙태수술을 할 수 있겠냐”면서 “대다수 의원들이 두려워서 낙태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이 낙태수술을 하냐고 묻지만 전부 돌려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낙태수술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언성을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답답한 마음에 여러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환자들도 이해가 되지만 의사로서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개원가 대부분은 낙태수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주변에 낙태 수술을 하는 병·의원을 알고 있더라도 환자에게 이를 소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B원장은 “낙태수술을 하러 산부인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꾸준히 있다”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어떻게든 낙태수술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낙태수술을 하지 않지만 주변에 낙태수술을 하는 병·의원을 알고 있더라도 나중에 그 의사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개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C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못 낳는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은 꾸준히 많다. 아이를 못 낳으면 어떻게든 낙태수술을 받아야 한다. 의사로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태수술을 하는 원장님들도 아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할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직선제)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복지부와 회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석 회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무뇌아도 수술할 수 없는 현재의 모자보건법은 개정이 필요하고 복지부도 여기에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안을 만들기 위해 복지부에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복지부 역시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 “추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2018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allzero@dailymedi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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