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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 단독법 부상···불편한 의사들
한의협·치협·간협, 실무협의체 구성···물리치료사협회 “법안 제정 총력”
[ 2019년 01월 08일 12시 23분 ]

보건의료단체의 잇따른 ‘단독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의사협회가 전방위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1월 7일 단독법 추진 협약식을 통해 각각 ‘한의약법’, ‘치과 의사법’, ‘간호법’ 제정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물리치료 면허업무체계 재정비 등을 위한 조치”라며 촉발된 단독법 제정 이슈는 그 어느 때보다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보건의료단체는 ‘따로 또 같이’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단독법 제정 협약을 맺은 단체들은 “의료과학 발전을 통해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변화와 발전을 담아낸 독립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1980년대부터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만성질환관리 중심, 그리고 공급자에서 국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낡은 의료법 틀에 묶여 현대 보건의료의 새로운 가치와 요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칭 간호법, 한의약법, 치과의사법을 통해 의료인이 재가, 노인 및 장애인 시설, 학교 등 지역사회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인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면허로 규정해야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현행 의료법이 의료장비를 의사만 독점토록 규정하고 있고, 진단 수술 등의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의사에게 보편적 이고 절대적 면허를 부여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단체는 “의료인 역할이 다양화, 전문화, 분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은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에 대한 의학 독점권과 절대적인 면허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위해 3개 의료인단체별 단독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물리치료사 “현장에서 의사 지도 없어”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이명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11월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주제로 재활보건의료체계 혁신과 변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김기송 부회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칭)물리치료사법은 ▲물리치료사 정의 ▲업무범위 ▲전문물리치료사 도입 ▲협회 및 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는 물리치료 면허에 해당하는 업무범위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물리치료 행위를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으로 정의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가 물리치료사를 지도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게 물리치료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의사가 있는 공간과 물리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인 물리치료실은 분리돼 있다. 현실적으로 100% 처방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사법이 제정되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되며, 의사의 지도는 처방으로 바뀌게 된다.

김기송 부회장은 “물리치료 영역이 의료기관 이외에 지역 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에도 현행법은 의사 지도를 전제로 하고 있어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한 물리치료 업무,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재활요양, 물리 치료에 필요한 기기 및 약품 사용·관리 등도 의사 지도 없이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물리치료사가 이처럼 나선 데는 현행법과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지도가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회장은 “물리치료사들은 의료기관에서 업무를 시행하기 전 의사로부터 물리치료에 대한 내용을 지도 받은 적이 없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천봉쇄하려는 의료계의 주장은 비효율성을 이용한 경제적 착취”라고 비판했다.

물리치료사법을 제정함으로써 보건복지부가 적극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부회장은 “만성퇴행성·뇌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의 증가로 국민재활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물리치료사법은 재활의료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며 “노인, 장애인 등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에 대해 지역사회 기반 재활요양 서비스는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반대” 복지부 “단독법, 실익 따져봐야”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물리 치료사법 제정은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물리치료사를 의료기사 종별로 인정하면서 별도로 규정할 경우 다른 직역과 차별돼 직역간 다툼이 발생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기사의 개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리치료사법처럼 의사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 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해질 뿐 아니라 책임소재 불명확성으로 인해 환자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김 법제이사는 “물리치료 검사 및 기기·약품관리의 고유업무 정립, 전문물리치료사제도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등은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 행위 전반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결국 단독개원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직 발의되지 않은 법안인 만큼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단독법 제정에 따른 실익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국가별로 어느 정도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물론 별도법을 통해 실익이 실현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법 제정 추진 전에 물리치료사협회, 의료계 모두가 준비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법이 실제 제정됐을 때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권 사무관은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전제로 한다면 법적 책임도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의료행위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의료인에게 있다. 하지만 물리치료사법에 따라 독자적인 공간에서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 행위가 이뤄진다면 법적 책임은 어디에 둬야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치협 단독법 제정이 큰 파장과 함께 의료계 전체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소속 나머지 단체가 물치협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선 결국 어떠한 ‘선례’가 남는지가 중요한 만큼 의협이 계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물리치료사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재 교수는 최근 발표에서 “물리치료사법 등 각 직역별 독자법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 활동은 의료법 등 일부에 가둬두고 있어 이에 따른 전문성 향상과 독자적 영향력 및 역할 증대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 증진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향후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관리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물리치료사법을 포함해 개별 의료인 및 의료기사의 독자법 체계로 발전해야 보건의료환경에서 비용 대비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부회장도 “물리치료사 인력의 다양성· 전문성·분업화를 인정하는 한편, 의료독점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단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물리치료사법에 한의사의 처방권에 대한 내용과 물리치료사 양성과정에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한의협은 직역별 단독법 제정을 통해 의사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국민 70%는 만성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어 더 많은 직역이 협력을 통해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며 “이는 의사 독점 구조의 의료법 해체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의사 지도 하에’라는 이상한 명목이 아니라 모든 직역이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의사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보건의료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단독법 제정 이슈를 꺼내는 현상에 대해 의협의 대응 방법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의료계 한 인사는 “단독법 제정 과정 자체가 쉽지 않겠지만 제정이 이뤄지면 너도 나도 단독법을 요구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의협이 단독법을 반대하겠지만 의사 구속과 관련해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대응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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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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