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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격한 산고 끝 탄생한 국내 1호 '영리병원'
제주도, 1000억대 소송 등 부담···공론조사 결과 뒤집고 녹지국제병원 허가
[ 2018년 12월 06일 06시 08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제주도가 결국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내줬다. 진료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시키기는 했지만 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사실 녹지국제병원은 그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지난 십 수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충돌하며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표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가 5허가로 결단을 내리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의 역사는 시작됐다. 굴곡졌던 영리병원 탄생기를 되짚어 본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이란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던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유치 활성화를 기치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국내에 병원을 설립하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법에서 진료대상을 외국인에 국한시켰던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외국자본은 전국민 건강보험체제를 운영 중인 한국에서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 국내 진출에 흥미를 갖지 않았다.
 
재정경제부가 2004년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이미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은 후였다.
 
전환점은 제주도였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는 의료관광 가능성에 주목,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외국 의료기관 설립을 포함시켰다.
 
외국법인이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그와 관련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도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주도의 의료산업 가능성에 주목하던 중국 녹지그룹은 20127월 제주도와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병원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영리병원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3월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부터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고, 판단이 서지 않았던 제주도는 복지부에 심사를 의뢰했다.
 
복지부의 첫 결론은 사업계획 승인 반려였다. 사업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법령상 요건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서를 돌려 보냈다.
 
하지만 녹지그룹은 한 달 후 사전심사 재청구를 요청했고, 6개월 만인 20151218일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승인을 받은 녹지그룹은 일사천리로 병원 건립에 착수했다. 20164월 착공식을 갖고 이듬해인 20177월 모든 공사를 마치고 사용승인까지 득했다.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지하 1, 지상 3, 47병상 규모의 병원을 지었다. 2016년 시작된 공사는 1년 여 만인 20177월 마무리 됐다.
 
개원 준비를 마친 녹지그룹은 의사 9명과 간호사 28, 국제의료코디네이터 18명 등 총 134명을 채용하고, 제주도에 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서 접수와 함께 다시금 논란이 가열됐다. 병원 개원이 임박해진 만큼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공포하고 주민 뜻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숙의형 정책개발심의위원회가 꾸려졌고, 급기야 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가 여부 공론조사까지 실시됐다. 위원회는 설문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찮았다.
 
이미 건물을 모두 짓고 의료진까지 채용한 녹지그룹은 매달 85000만원의 인건비와 관리가 지출되고 있다며 개원이 불허될 경우 1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압박했다.
 
천착을 거듭하던 제주도는 결국 녹지국제병원의 타용도로 전환은 어렵다는 점과 지역주민들이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결단했다.
 
이로써 국내 영리병원 논란이 시작된지 16, 녹지그룹이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지 3년 여 만에 대한민국 제1호 영리병원은 세상 빛을 보게 됐다.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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