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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3명 구속, 앞으로 처벌 피할 수 있는 의료진 없다”
홍은석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 2018년 11월 05일 05시 32분 ]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기 성남 한 병원 출신 의료진 3인을 구속한 판결로 의료계가 시끄럽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대법원과 청와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개최했고, 오는 11일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학계에서도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대한응급의학회는 피해 환자를 가장 첫 번째로 진료한 응급의학과 의사 구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응급의학회 홍은석 이사장[사진 下]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응급의료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고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오는 11월16일 열리는 항소심에 맞춰 응급의료 특수성에 대한 학회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편집자주]


“응급실에서 1시간 진료 후 13일 뒤 사망 예측 불가, 이번 판결 응급의료 특수성 전혀 인정 안해"

응급의학회 홍은석 이사장은 "이번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결이 피해자를 처음으로 진료한 응급의학과장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어린이 환자의 횡경막 탈장을 예측하지 못한 데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며, 응급의학과장 A씨에게 실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홍 이사장은 “사망한 어린이 유가족에 대해 죄송스럽고 애도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응급실에서 1시간의 진료에 따른 13일 뒤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의사를 구속시킨 판결은 과도한 법 적용”이라고 비판했다.
 

홍 이사장은 “응급실은 최종 진단이 이뤄지거나 조치를 취하는 곳이 아니다.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고 응급의료를 백업할 수 있는 외래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응급실에서 어떤 증상이 당장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외래를 통해 2~3번의 진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업무상과실치사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은 내원 환자의 활력 징후가 떨어지거나 열이 많이 난다거나 호흡이 빨라질 때 치료를 하는 곳이지 최종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A씨가 오진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응급의료의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오진이 있었다고 해도 응급실에서 한 번의 진료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다. 한 번의 진료로 모든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다. 이를 처벌한다고 하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장은 “결국 지금 판결대로라면 과잉검사를 하고 과잉검사를 하게 된다”며 “실제로 지금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도 영향을 받아 위촉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응급의학회는 오는 16일 진행되는 항소심에서 전문학회의 소견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회 내부적으로 응급의학과 구명을 위한 탄원 서명도 준비 중이다.
 

홍 이사장은 “항소심에서는 의학적인 논리로 서포트를 할 수 있도록 전문적 소견을 준비 중”이라며 “나아가 응급의학과 의사의 구명을 위한 탄원 서명과 함께 법률적 지원을 위한 재정 모금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의사 당 진료환자 제한 등 시스템 강화 필요···학회서도 매뉴얼 마련 중

홍 이사장은 "이번 판결대로 응급실 의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강화된 응급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응급실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밀려오는 환자만을 보는 것도 버겁기 때문에 응급실 의사당 볼 수 있는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이번 판결처럼 어떤 증상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응급의학과 의사의 책임이라고 하려면 응급의료의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며 “응급의학과 의사 1인이 환자 몇 명 이상을 보지 못한다든지 중환일 경우 1대 1로 진료해야 한다든지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퀄리티가 있는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응급의학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기관 퇴원임상지침 표준안 개발을 위한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응급의학회 차원에서 응급실 의사가 맡아야 할 업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응급실에서 30년 동안 근무했지만 이번 피해자에게 나타난 소아 횡경막 탈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피해자가 복부를 타격받았다고 해도 담당 의사 입장에서는 유추해서 드문 경우까지 진단해야 하는데 진단을 못했다고 해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매뉴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지금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가이드라인의 명문화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느 선까지 했다면 응급의학과 의사 업무를 다 한 것이라는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폭력 사태 방지, 주취자 강경대응부터”

이번 사건에 앞서 의료계 내에서 큰 이슈가 됐던 응급실 내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 7월 전북 응급실 폭력 사태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응급실 폭행 방지 법안만 13개”라며 “그럼에도 며칠 전에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경찰 간부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응급의학회는 ▲주취자 감경 조항 폐지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위한 경비인력 배치를 지원한다 등을 제안한 상태다.
 

홍 이사장은 “응급실 폭력은 주취자가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이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력을 행사할 경우 법안을 강화해 제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면 다른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는다”며 “이에 정부도 응급의료를 공공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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