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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의학 타파 목적 '심사체계 개편' 아쉬움
박근빈 기자
[ 2018년 10월 05일 11시 54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수첩] 심평의학에 사망선고가 내려졌고 ‘심사체계 개편’이 선언됐지만 반응은 탐탁지 않다. 심평원 행보는 오히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누적된 신뢰감 결여가 지속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근간이 되는 체계에서 모든 의료 공급자들의 불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했다. 심사 후 삭감이라는 권한은 의료계를 옥죄는 수갑이 됐다. 진료현장의 자율성보다는 급여기준에 의한 의료를 요구하는 심평의학이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전면 급여화라는 큰 변화의 흐름을 맞게 됐고 이제 심평의학은 불필요한 과거 관습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 맞춰 심평원은 자체적으로 불합리한 기준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심평의학 타파와 의료계 자율성 존중이라는 대의명문을 확보하면서 전면 급여화로 늘어나는 심사물량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심평원 심사직 1명이 연간 250만건의 심사물량을 소화해야 했는데, 비급여가 급여로 들어오면서 그 범위나 심사물량이 대폭 커지고 있다.


결국 심평원은 건건이 심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관별로 심사물량 규모를 가져가는 ‘경향심사’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경향심사는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즉, 심사체계 개편은 경향심사를 뜻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행은 약 3개월 정도 남았고 세부내용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심평원은 9월 중순 정부와 의료 공급자, 가입자, 보험자 등 20여명이 참여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를 열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모호하게 열어둔 채 진행했고 개편안 초안에 대한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했다.


적어도 협의체에 참여하는 위원을 대상으로 초안을 공개한 후 의견을 듣는 형태의 협의체를 진행하는 편이 더 현명했다. 협의체 회의 시작 2시간 전에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브리핑은 오해를 사는데 충분했다.


절차 상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심사체계 개편의 초안은 기관별 진료경향을 파악해 왜곡된 청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기관에 대해서만 심층심사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의사평가제를 확대하는 등 예측가능한 영역의 것이었지만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평가체계 개편추진반장은 “협의체 운영에 앞서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주장했던 내용을 담아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 그대로 간다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세부안건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가 협의체 회의 당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협의체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심평원은 절차 상 미흡한 판단 등으로 인해 의협을 다시 설득해 심사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심사체계 개편은 난항이 예고됐다. 의협이 경향심사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설득이 어려워진 탓이다. 의협은 의료 자율성 보장이 아닌 획일화된 진료를 요구받게 돼 오히려 질 하락이 예측되고, 동료를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의협 최대집 회장은 “심평원은 의료계를 위해 심사체계 개편을 한다고 하면서 경향심사에 대한 방향을 잡았다.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원점에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협 태도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심사체계 개편에 있어 경향심사는 바꾸기 어려운 커다란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원점 재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경향심사 방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합당한 대안을 제시해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의협은 반대 의견만 내놓을 뿐 새로운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건별심사가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면 의료 자율성을 담보한 심사 방법론을 들고 나와야 한다.


이제는 시간이 촉박하다. 내년부터 심사체계 개편이 이뤄지려면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잡고 세부항목을 논의하기에도 바쁜 시기다. 심평원과 의협은 신속히 갈등구조를 타파하고 대안을 만들거나 세부항목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또 심사체계 개편은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면서 의료 질 영역이나 환자 만족도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남아있는 3개월 더 이상의 시간낭비는 독(毒)이 될 수 있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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