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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약물치료, 무작위 대조연구 허용해야"
박창범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 2018년 10월 02일 18시 40분 ]

현재 보안처분인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법리적으로 약물치료 강제성 문제, 약물치료가 당사자 동의없이 행해지는 것에 대한 문제, 실형이 끝나고 이루어짐으로 인한 이중처벌 문제, 재발 위험성 판단시기 문제, 치료자 대상 문제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는 약물치료의 강제성과 그 존속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범죄 재범 방지에 과연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까? 모든 약물은 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에 옹호하는 측은 해외사례를 제시한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치료대상 79명과 거세요법 불응자 55명을 2000년부터 4년간 조사한 결과 치료대상의 재범률은 0%이었다. 덴마크는 치료중인 범죄자 중에서 0.06%만이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만을 가지고 성충동 약물치료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약이 부족해 환자들에게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 대신 가짜 약(위약)인 식염수를 투여했는데 병사들은 통증완화를 느꼈다고 보고됐으며 우울증환자에게 가짜 약을 투여했더니 30~40%정도에서 증세가 호전됐다는 답변이 나왔다.
 

또한 암환자 통증조절을 위해 가짜 약을 투여했더니 최고 27%에서 통증이 완화되고 입맛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는 연구도 있다.
 

아울러 똑같이 생긴 약도 비싸다는 것을 알고 복용하면 효과가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알에 2.5달러 하는 진통제와 10센트 하는 진통제(둘다 가짜 약임)를 처방하고 비교했더니 비싼 약의 가짜 약을 먹은 이들은 85%가 통증이 완화됐고 저렴한 가짜 약을 먹은 경우 61%만 좋아졌다고 보고됐다.
 

이는 모든 약물은 소위 ‘위약효과’로 인해 정말로 약효가 없더라도 환자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약물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효과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약물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바람직한 연구설계 방법이 바로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연구(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다.
 

이 연구방법은 대상자를 무작위로 할당해 실험군과 대조군 (대조군은 가짜약일 수도 있고 기존에 효과가 알려진 약인 경우도 있다)에 배정하고 (물론 연구자나 피험자 모두 피험자가 어느 군에 속하는지 몰라야 한다) 처치를 가한 후 사후조사를 하는 것으로 가장 신뢰성이 높은 연구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화학적 거세치료는 매우 비싸다고 알려져 있고 매달 의사를 만나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위약효과’가 나타나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정말로 화학적 거세치료가 성범죄 재발방지에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연구가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에 대한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연구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또한 있더라도 매우 오래 전에 시행됐으며 참여한 인원이 매우 적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국가는 미국의 일부, 독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성충동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거나 약물치료 부작용 대상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매우 비싸며 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이나 훼손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치료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효과 증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이 치료가 정말로 효과적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kim8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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