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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때로는 최선보다 차선을 선택"
김영호 교수(아주대학교 치과병원장 겸 임상치의학대학원장)
[ 2018년 09월 18일 09시 00분 ]

오래 전 일이다. 은사님의 주례로 한 후배가 결혼을 하는데 주례사 내용이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하라’였다. 부부가 결혼하여 살아갈 때 가장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만 하지 말고 조금 아쉬운 선택을 하더라도 기쁘게 받아드리고 지내라는 말씀이었던 기억이 난다.

 
‘차선을 선택하라고?’. 당시 20대 청년시절 내게는 당치 않는 조언으로 들렸다. 내 능력보다 꿈을 높게 꾸어도 모자랄 판에 1등보다는 2등의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로 들려 감동 없이 듣고 잊은 채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제 문득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은사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어느덧 그 당시 은사님 연배가 됐다. 삶의 진실이 그러하듯 우리가 선택한다고 늘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기대하지 않았지만 축복처럼 행운이 있어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에 이르렀다.

 
사람은 성장과정 중 여러 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수능시험 후 대학을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의학과 치의학을 전공하는 전문직 지원 학생들은 평생의 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일까지 개인에게는 실로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를 만나게 된다.

배우자 선택도 물론 그러하다. 우리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처럼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또는 후회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살아가기도 할 것이다.

 
대학에서 근무하며 전공의 선발을 하다보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지원자의 운명이 갈리게 되는 것을 본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우수한 지원자들이 경합을 하게 될 때 어떤 사람은 합격 확률이 낮아도 지원 의사를 굽히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상황을 살펴 적절하게 합격 가능한 과를 선택하거나, 때로는 지원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학생의 우수성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는 하지만, 정작 모진 운명의 길을 가게 되는 사람들은 대개 본인 스스로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학생들이다. 어떤 사람은 특정과를 수년 동안 지원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못 이루고 나이가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문제는 이런 경우 자칫 아무런 소득도 없이 중요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데 있다.

인생에 ‘시간’ 만큼 중요한 요소가 없는데 다른 합격 가능한 전공을 지원하거나 학위 과정을 지원하였으면 지금쯤 전문의나 학위를 가지고 당당하게 개원했을 사람이 뚜렷한 성취 없이 아쉬움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이런 일들이 어찌 전공 선택에만 해당될까? 최고 회사와 최고 아내 또는 남편을 꿈꾸는 일에도 적절한 통찰과 판단이 필요할 것이고 돈과 명예에 관한 일도 물론 그러할 것이다. 살아가며 많은 일들이 자신의 꿈과 탐욕 사이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다시금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은사님 말씀이 생각나고 마음에 와 닿는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최선이라 여겼던 꿈에 대한 좌절이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 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가다 보면 차선이 최선보다 나을 수 있고 당시에 선택했던 차선이 미래에는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우리들 생(生)의 시간 앞에 놓여 있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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