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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낸 의사와 그를 지지해준 동료의사들
박다영기자
[ 2018년 08월 07일 05시 12분 ]

[수첩] 용기에는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 도움을 청함에 스스럼 없는 용기가 필요하고 세상은 그 용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적 구조가 절실하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자궁 내 태아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산부인과 의사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실형 8개월을 선고했던 1심 결정을 뒤집고 항소심 결정을 확정했다.


자궁 내 태아 사망사건은 의료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4월에는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주도로 1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서울역에 모여 1심 법원의 실형 선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격한 심정을 토로한 것은 아마도 당시 사례가 처음일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협회 차원에서 8035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의료계가 적극 나서 실형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집중됐다. 의사 개개인의 관심이 모여지고 의제가 설정되면서 공론화를 이끌어 낸 셈이다.

A 산부인과 원장은 “공론화로 판결이 바뀐 것은 아니겠지만 의료계 목소리는 분명히 전달됐다”며 “관련 단체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제기한 것은 사회적 관심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했다.

이어 "이런 일은 의사라면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의료계가 적극 나서 입장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 원장의 말처럼 늘상 의료사고 부담을 안고 사는 의사들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본인이 처한 상황이 될 경우 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부당한 판결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의료행위 전문가인 의사로서 이를 세상에 공개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개원의는 “자신의 진료에 과실이 생겨 실형을 받았다면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며 "공론화하면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만일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여기저기 알리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처럼 공론화가 쉽지 않음에도 최근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역시 용기를 냈다.


폐암 명의로 알려진 이 교수는 2013년 한 폐암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결절이 너무 작아 머리를 열고 조직검사를 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으로 인해 추후 검찰로부터 주치의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아 해당 교수는 1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병변이 애매하고 구체적 증상이 없어 즉각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교수의 판단에 검사는 “14mm 당시 치료했다면 없었을 편측마비 후유증이 남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교수에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검사와 교수 모두 이에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에서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교수는 형사처벌이 부당하다며 상고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은 20일만에 기각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당사자는 세상에 본인이 받은 실형을 공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소식에 경기도의사회는 나서서 탄원서 운동을 시작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도의사회의 탄원서 운동은 3~4일만에 6500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참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이 기세를 이어 의사 1만명의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이에 앞서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제출 20일만에 교수의 상고를 기각했다.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임하더라도 의료행위 중에는 과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 과실에 의한 민사적 책임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올바른 형사처벌 기준 확립을 통한 안정적이고 소신적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탄원서를 보내준 회원들의 뜻을 반드시 전달해 형사적 과실과 민사적 과실을 분명히 구분해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대한 지양하는 기준이 확립될 수 있도록 법원의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필요하다면 올바른 형사처벌 기준 촉구를 위한 회원 집회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혼자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맞들면 백짓장도 가벼워진다. 어려운 일에 처했다면 조금이나마 백짓장을 가볍게 들 수 있도록 용기를 내야 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용기를 내서 어려움을 해결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국내 최고 흉부외과 교수도 용기를 내 사회가 의료계 문제를 인식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큰 용기를 내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는 이들을 지켜보는 사회, 작게는 의료계가 관심을 보낼 때다. 불가피한 의료과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의료행위 중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과실이 무조건적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크고 대단한 것들보다 때론 사소한 마음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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