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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틀린 정부는 ‘구직난’ 병원은 ‘구인난’
최대 국정과제 일자리 창출 난관, 간호사 등 부족한 의료계 답답
[ 2018년 04월 20일 12시 05분 ]

‘일자리 창출’을 최대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부처 장관들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했을 정도로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추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답답함에 가슴을 친다. 타 산업 분야 대비 인력 채용지수가 높은 병원산업을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는 넘쳐나지만 사람이 없어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작금의 정부 행태에 반감이 적잖다.
 

지난해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정책 핵심기구로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 일자리 정책 상시점검과 평가, 정책 발굴, 부처 간 정책 조정, 국민의견 수렴 등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한 컨트롤타워 임무가 맡겨졌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특히 자신의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할 정도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 실천에 애착을 보였다.

관련 예산도 무려 11조원을 책정했다. ‘슈퍼예산’이라는 야당의 반발에도 “일자리 창출은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 여가 흐른 지금. 문재인 정부가 받아든 고용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경한 목소리로 청와대 비서진과 부처 장관들을 질타한 것은 스스로도 일자리 창출 성과가 미미함을 자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2월 실업자수는 102만명으로 5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실업률은 3.7%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00년 이후 최고치인 9.9%까지 치솟았던 청년 실업률은 최근 8.7%로 다소 내려갔지만 젊은이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22.7%에 달했다.

청년층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 면서 유연한 인력 활용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5.8%였던 시간제 및 일용직 구인 비중이 2017년에는 17.2%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물론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성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 앞선 정권들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대치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청년, 여성, 노인 일자리 각 50만개를 포함한 총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고, 이명박 정부는 300만개 일자리 만들기를 목표로 설정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를 달성해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474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 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의료산업 주목하라!…제조업 대비 6배 넘는 고용 창출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정권들의 일자리 정책 실패가 민간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시켰다고 판단, 국가 차원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뒀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물론 공무원 채용인원 확대 등에 속도를 냈다. 공공부문에서 솔선을 하고 민간부문이 자연스레 따라오도록 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한 반감은 적잖다. 특히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의료 분야의 답답함이 크다.

의료계의 불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부가가치산업, 국가 신성장 동력 등 각종 수식어를 동원하며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 면서도 정작 일자리 창출 정책에는 홀대를 받아온 탓이다.

더욱이 병원은 20여개가 넘는 다양한 직종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늘 변죽 울리기 수준에 그쳤다는 점도 의료계가 갖는 반감 중 하나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자 1000명 당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은 17.5명으로, OECD 평균(50.8명)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병원인력은 5.9명으로, OECD 평균(15.5명) 반열에 접근할 경우 2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추계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대 제조업체의 매출액 10억원 당 고용은 1.08명에 불과한데 비해 5대 대형병원은 무려 6.86명에 달한다. 병원의 고용창출 능력이 제조업의 6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 분야의 고용창출은 더 커질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도 병원산업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실효성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확충을 위한 과제들을 논의할 ‘보건의료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2022년까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의약단체와 노동조합까지 모아 놓고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노동계, 병원계, 정부 모두 보건의료 일자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일자리 창출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로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노사정 모임이 10여 차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2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정부는 지난 15일 또 하나의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5년간 소득세를 전액 면제해 주고, 이들이 3년 근무하면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 주는 방안이 골자다.

하지만 보건의료의 경우 중소병원들이 중소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이번 정책으로 얻어질 효과는 전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병원에 취업하는 간호사 등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부여되면 일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병원들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 고위 관계자 역시 “병원은 다양한 직종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며 “정부가 지향하는 고용창출 확대를 위해 의료산업을 더 이상 냉대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정책 우선 순위에서 의료산업은 늘 뒷전이었다”며 “의료가 영원한 찬밥이라는 사실은 이번 일자리 창출 대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는 구직난을 걱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병원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의료진이다. 그 중에서도 간호사는 병원 계에서 ‘귀하신 몸’이 된지 오래다.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병원장들의 사례가 식상할 정도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시작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감염관리 강화 등의 제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간호사 수요는 폭증했고, 급기야 품귀현상 수준에 이르렀다.

간호사·의사 등 의료자원 구조적 문제 해결 ‘난제’

특히 간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처우와 근무여건이 좋은 대형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지방병원들은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간호사의 연평균 활동 인력 증가율은 8.7%로 의사, 약사 등 다른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중소병원 등 일선 병원에서는 여전히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 4만6000명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고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는 2만500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2030년에는 간호사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도 있다.

그럼에도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간호대학 입학정원은 1만 9683명에 머물러 있다. 병원들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간호계의 반대가 만만찮다.

의사와 약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의사는 2030년 7646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3년째 3058명에 머물러 있다.

약학대학 입학정원 역시 수 년째 1700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오는 2030년에는 1만742명의 약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은 구조적 모순이다. 임상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관련 직능단체들은 근무환경이나 처우의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총 35만5772명으로, 이 중 의료 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17만9989명에 불과하다. 절반 가량이 실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간호계는 전체 간호사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임상현장을 등지는 상황이 작금의 인력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간호사 평균 이직률이 34%에 달한다는 통계는 간호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간호사 장롱면허를 활용하기 위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취업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휴간호사들의 참여는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병원계는 전공자 정원과 현장의 수요를 동일시 하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반론한다. 모든 간호대학 출신이 임상 현장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의사의 경우 수급 불균형이 문제다. 전문의 비율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진료과목별 양극화가 발생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선호도 차이 등으로 인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의료자원의 문제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다”며 “해당 직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조건 늘릴수도, 무조건 유지할수도 없는 난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구직난과 병원의 구인난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며 “작금의 상황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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