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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의뢰만 있고 회송은 없는게 대한민국 현실
"시범사업 성과 도취 금물, 43개 상급종병 중 18곳 회송 한명도 없어”
[ 2018년 04월 12일 06시 04분 ]

[기획 上]사실상 본래 기능을 상실한 국내 의료전달체계.

최근 사장 위기에 놓인 이 제도를 살리기 위한 긴급한 심폐 소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를 시작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탓에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의료전달체계 바로잡기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인 의뢰-회송과 관련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대형병원들이 병·의원에 환자를 보내는 회송건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고무적이었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그랬다. 드라마틱한 변화에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그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가능성이 확인 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멀다.

환자 삼키던 ‘블랙홀’, 상생 도모하나

보건복지부는 최근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 하는 자리에서 연구결과 하나를 공개했다. 1차년도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였다.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뢰로 진행한 이 연구는 2016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뢰-회송 시범 사업의 효과를 들여다 봤다.

효과는 상당했다. 시범사업 시행 이후 전체 회송건수는 3배 증가했고, 경증질환과 외래 회송건수는 무려 5.5배와 5.6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전 1만5299건이던 회송 청구건수는 사업 시행 후 4만6251건으로 3만952건이 늘었다. 300%가 넘는 증가율이다.

경증질환 회송은 476건에서 2604건으로 547%라는 경이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외래 회송건수 역시 4663건에서 2만5 990건으로 1년 만에 557%가 증가했다.

시범사업 이후 대형병원들이 병·의원으로 보내는 환자수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단순히 환자 보내기에 그치지 않고 회송한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입원했는지 확인하는 추후관리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이전 20.6%였던 회송 추후관리 경험비율은 시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35.4%로 늘어났다. 다만 입원이 아닌 외래 추후관리는 1.9%에서 3.0%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상급종합병원들의 적극적인 회송을 유도하기 위한 수가가 영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존의 회송 수가는 1만613원으로, 10년 동안 변화가 없어 상급종합병원들에게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2016년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기존에 없던 의뢰 수가(1만300원)를 신설하고, 회송 수가도 기존 1만 613원에서 4만2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대학병원 진료협력팀장은 “아무래도 기존에는 회송에 대한 유도기전이 약했던 게 사실”이라며 “수가 인상의 영향은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무적 성과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시범사업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회송에 미동조차 하지 않던 대형병원들이 병의원에 환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결과에 도취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년도 시범사업은 13개 상급종합병원만 참여했던 만큼 전체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물론 시범사업 자체가 모집단을 상대로 가능성 확인 차원에서 진행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에 도출된 성과의 확대해석은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5년 내놓은 ‘의료 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는 왜 이런 우려가 필요 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연구소는 당시 전국 43개 전체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증질환자 회송수가 청구현황을 제시하며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들이 52개 경증질환자 중 회송수가를 청구해 동네의원으로 회송한 비율이 0.16%에 불과했다. 이는 650명 중 1명에 불과한 수치다.

‘환자 블랙홀’로 불리는 빅4 병원들의 회송률은 더욱 처참했다.
삼성서울병원만이 0.80%로 평균을 상회했을 뿐 서울아산병원 0.04%,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0.02%를 기록했다.

환자수로 따지면 삼성서울병원이 6만3872명 중 510명, 서울 아산병원은 5만1249명 중 1명, 서울대병원은 4만4945명 중 7명, 세브란스병원은 5만568명 중 10명만 회송했다는 얘기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단 한 명의 환자도 회송하지 않은 곳이 무려 18개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가 종결된 환자를 지역사회로 회송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실종됐다”며 “의뢰만 있고 회송은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에 대한 연구결과에 도취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의 16%에 달하는 88만명의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52개 경증질 환자로 추정된다.

복지부 말 대로 시범사업을 통해 경증질환자 회송건수가 5.5배 늘어났다고 해도 전체 대상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이를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자 회송율은 0.16%에서 0.88%로 늘어날 뿐이다. 여전히 99. 12%는 회송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한 교수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의 여지를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전체 회송율로 비춰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선순환 구조 모색, 읠쇼전달체계 회생 기대감

1차년도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회송사업 대상을 기존 상급종합병원에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확대해 2차년도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회송 대상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한정된 탓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종합병원은 참여할 수 없어 전달체계 왜곡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그동안 의뢰-회송사업에 소외됐던 종합병원들은 시범사업 대상 확대에 반색하고 있다. 상당수 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 시범사업에서 제기됐던 의견을 토대로 의뢰-회송 수가도 상향 조정했다.

입원이 외래에 비해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입원 회송 수가는 5만8300원, 외래 회송은 4만3730원으로 차등 적용했다. 

또한 병·의원들의 의뢰 수가는 전산처리비용, 의뢰서 발급 시간 등을 반영해 기존 1만620원에서 1만4140원 수준으로 인상시켰다.
 

이는 1차년도 시범사업 참여기관들이 수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던 만큼 의료기관들의 유도기전 강화 차원에서 수가를 상향 조정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실제 시범사업 평가결과, 업무담당자와 진료의사 모두 4만 2200원으로 책정된 입원 회송수가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적절한 수가로는 6만원 이상이 54.1%로 가장 많았다.

외래 회송수가는 4~6만원이 38.5%로 가장 높았고, 6만원 이상도 28.4%나 됐다. 병의원들의 의뢰수가는 1만원~1만5000원 수준이 51%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각 유형별 의뢰-회송 소요시간과 노력이 다른 만큼 수가도 차등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실제 의뢰의 경우 1건을 기준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6분에 소요 비용은 9800원, 외래 회송은 29분에 3만 6000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원 회송의 경우 외래 회송보다 3~4배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 또한 5만7000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차년도 시범사업에서 수가 개선 필요성이 확인돼 조정했다”며 “의료전달체계 선순환 구조 확립을 위해 의료기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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