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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목숨 건 환자들···난감한 심평원
사후승인제 도입 등 개선방안 내놨지만 오히려 역차별 등 초래
[ 2018년 04월 07일 06시 28분 ]

6일 오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이 위치한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에서는 약 70여 명의 말기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나와 집회를 열었다. 유난히도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암환자들은 “살려달라”고 더 강하게 호소했다.


지난해 급여권에 진입한 면역항암제는 일부 급여기준 내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역차별을 받게 됐다는 것이 환자들의 주장이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의 경우는 기존에는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했지만, 급여목록에 이름이 올라가게 되면서 관리체계가 엄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알게된 심평원은 사전승인만 허용되던 적응증 외 처방을 사후승인까지 열어두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는 의료기관 내 다학제위원회만 통과하면 심평원의 결정이 없어도 일단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환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지방에 살고 있는 환자들의 선택권이 오히려 더 축소되고 불승인과 연계된 더 큰 페널티가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환자들은 “4기 암환자의 마지막 카드인 허가초과 사후승제의 규제를 완화하라”라고 주장했다.  



6일 집회를 마친 네이버 면역항암카페 회원 등 다수의 암 카페회원들은 국제전자센터 24층에 위치한 약제관리실로 향했다.
 

기자 배석을 놓고 심평원 측과 카페 회원간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기자도 참석하기로 합의를 봤고, 강희정 약제관리실장을 포함한 일부 심평원 담당자들과 면담이 시작됐다.
 

우선 카페 회원들은 사후승인 다학제 인정 조건이 까다로워져 수도권 쏠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후신청은 의료기관의 다학제위원회를 통과하면 심평원의 승인이 없어도 최대 75일간 처방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 불승인이 결정되면 동일한 요법에 재신청이 불가능한 페널티가 존재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날 한 회원은 “전남 광주에 살고 있는데, 인근에 혈액종양분야 전문의가 4명이 모일수 있는 곳은 전남, 전북대병원밖에 없다. 여기서 안 되면 서울로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후승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좁은 범위의 기관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환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다. 사후승인을 득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불승인되면 재신청이 불가능한 오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혈액종양내과 전공의 모집도 수월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학제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의 숫자를 늘린 것은 심평원이 오히려 의료기관 수도권 쏠림을 양산하는 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심평원 강희정 실장은 “사후승인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절차를 축소해 환자들이 빨리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사전 승인 보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하기 위해서 인력기준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암질환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기 전, 처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적응증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들의 더 고통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가 아니라 방어선 구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불승인 되면 명확한 그 이유 알려달라” 
 

이날 네이버 면역항암카페 회원 및 다수의 암 카페 회원들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처방 자율권 보장, 임의비급여 5% 제한 해제 등의 정책적 개선방안을 요구했지만 사실 심평원 차원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심평원이 직접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영역도 논의 주제에 올랐다. 사전승인이든 아니면 사후승인이든 불승인을 받게 되면 그 이유라도 명확하게 알려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복지부 주관의 허가초과 협의체 회의 내용이나,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날 한 까페 회원은 “불승인이라는 단어만 통보받게 되는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줘야 한다. 그래야 의료기관이나 환자가 불승인된 이유라도 알게 된다. 일련의 회의나 논의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 명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회의는 녹취나 회의록이 존재하는데 왜 생명과 직결된 부분임에도 비공개로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정당한 근거와 이유를 알고 싶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허가초과 약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만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희정 실장은 “전문가 합의로 결정되는 암질환심의질환위원회 각 위원들의 발언 자체가 공개되는 것은 사실상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어느 선까지 논의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발언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왜 불승인됐는지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는 방식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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