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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사과' 득실한 개원가 경쟁력은
박다영기자
[ 2018년 02월 20일 11시 14분 ]

모두에게 유리한 정책은 없다. 안타깝게도 정책이 도입, 시행되면 수혜자는 물론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쪽이 동시에 생긴다.
 

보건의료 정책이 수립될 때마다 개원가는 매번 "피해자에 속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런 분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형병원과의 환자 유치 경쟁에 녹초가 돼 있는 상황에서 새해 들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마저 크게 늘었다. 
 

개원가의 눈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갑론을박 거칠게 오갔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두고도 개원의들은 속을 끓였다.


의료기관이 각각 특화된 기능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에 1차의료기관은 입원실과 수술실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탓이었다.


이쯤 되자 개원가에서는 '독(毒)사과를 먹는 백설공주'라는 비유가 나온다. 정부가 마녀는 아니지만 개원가에 건네는 사과에는 늘 독(毒)이 들어있음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다.


이 처럼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개원가가 경쟁력을 지니고 살아남을 길은 무엇일까. 최근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던 한 비뇨기과의원에서 어렴풋이나마 답(答)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에 소재한 T비뇨기과 J 원장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 지금 오시길 참 다행입니다. 현재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조금만 더 늦게 오셨으면 큰일 날 뻔 하셨어요. 큰 일이란 게 무엇이고, 현재 상태는 어떤지 설명해 드릴게요.”


그는 준비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초진 환자의 경우 30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병원을 나설 때 환자가 본인 상태와 질환에 대해 모르는 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J 원장은 “개원가는 원장인 나를 보고 오는 환자들이 대다수”라며 “환자에게 신뢰를 주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진 않지만 보람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원가가 힘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찾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렇다. 개원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소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원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만희 회장은 환자를 대함에 있어 ‘같음’을 본인만의 원칙으로 꼽았다. 특히나 우울증 등 예민한 정신질환자들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언제 찾아도 같은 표정, 동일한 목소리 톤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늘 한 곳에 있는 같은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노 원장을 찾으면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은수훈 공보이사는 "'욕심 버리기'가 현재까지 개원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는 게 그가 말하는 '욕심'이다. 꼭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고집하다보니 수익이 크진 않지만 오랜기간 찾아준 환자들은 그가 욕심내지 않는 의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신뢰한다.
 

고단한 의료환경에 놓여 있지만 환자와 직접적이고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개원가만의 장점이다.


‘충분한 설명을 통한 환자와의 교류', '한결같은 이미지를 통한 편안함', '욕심 버리기를 통한 신뢰 쌓기' 등 오랜 시간 지킬 수 있는 본인만의 소신을 갖는 것은 개원가의 어려움을 이겨낼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개원의는 ‘힘들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만의 철학을 오랜 시간 지켜나가면 힘들지만 개원의가 쥔 사과는 독(毒)이 빠지고 서서히 향기가 배어나올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그 향기를 맡고 찾아드는 것은 앞선 3명의 개원의가 충분히 입증했다.

박다영기자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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