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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육성정책 '주객전도'
양보혜 기자
[ 2018년 01월 15일 12시 04분 ]
[수첩]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두 번째 로드맵이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이 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예산 및 정책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2차 종합계획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낯설지 않다. 1차 종합계획안 내용을 단순 복사(ctrl+C)해 붙여넣기(ctrl+V)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는 1차에 이어 2차에도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R&D 강화, 전문인력 양성, 수출 지원, 제도 개선 등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실제 보건복지부 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도 1-2차 종합계획의 차이를 묻는 기자에게 “1차 종합계획과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다.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면 비전과 목표는 동일하되 세부 전략이 바뀌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비전은 바뀌었고, 세부전략은 변경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1차 종합계획의 비전은 '2020년 세계 7대 제약 강국 도약'인데, 2차에선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제약강국으로 도약'으로 바뀌었다. ‘제약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과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주겠다는 포부는 지향점이 다르다. 

‘일자리 만들기’가 제약산업의 비전으로 등장한 것도 아이러니다.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고용이 창출된다. 즉, 제약산업과 일자리 창출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이지만 정부는 이 두 개를 도치시킨 정책 비전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정책 목표로 삼아야할 정도인지 의문이 든다”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지나치게 의식해 복지부가 무리하게 짜맞춰 넣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1차보다 방향성이나 지원 내용이 후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약산업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정하니, 지원을 받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원을 뽑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전보다 퇴보한 2차 종합계획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반성의 부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117쪽에 달하는 2차 종합계획안에서 1차 계획의 문제점과 개선에 관한 내용은 1쪽에 불과하다.

반면, 성과를 담은 내용은 5쪽에 달한다.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이 “1차 계획 시행 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고찰은 거의 없고 자화자찬격인 성과만 나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제약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부분은 고무적이지만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인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왕 지원에 나섰다면 수박 겉핥기식 접근보단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제대로 된 목표 설정과 전략에 있다. 중심이 바로 서야 자원 배분의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양보혜기자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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