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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 2018년 01월 08일 05시 20분 ]

최근 흥미로운, 아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내용을 접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공개한 자료로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어린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청소년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정직함의 정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흥사단은 ‘2017년 전국 청소년 정직인지수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금년도 정직지수가 78.6점으로 2015년 조사 때보다 0.5점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수가 100점에 가까울수록 정직하다는 의미를 뜻한다. 점수가 오른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부적으로 학령별 정직 지수를 살펴보면 아쉽다. 초등학생 88.4점, 중학생 76.2점, 고등학생 69.9점으로 학년이 높아지면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경향은 2015년과 2013년 조사에서도 동일했다.

이를 성인과 연계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직성이 유추된다. 사기(詐欺)와 무고(誣告) 등의 소송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이 그렇다. 일본 언론이 한국의 국민성과 후진성을 언급하면서 자주 폄하하는 것이 바로 이 측면이다. 슬픈 현실이자 우리네 자화상이다. 정직을 기반으로 추구하는 정의와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 나아가 공감(共感)의 상실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 이기심이 팽배하는 흐름이 결코 우연이 아닌 맥락이다.

필자의 회사가 있는 건물에는 유아부터 중고생이 다니는 학원, 그리고 일반 회사, 노년층이 많은 직장 등이 상주해있다. 다양한 연령층이 오가는 곳이라 재밌는 현상이 목격된다. 가장 저층에 있는 유아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한 줄로 열을 맞춰서 내려온다. 선생님들이 동행하지만 질서와 규율이 지켜지는 모습이 기특하다. 한 줄로 내려가니 올라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도 않다. 배려와 공감이 느껴진다.

반면 대비되는 모습이 있다. 중고생들이 다니는 학원이 있고 이들 중 남학생들과 성인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보면 가끔 화가 난다. 큰 휴지통이 있건만 늦은 시간 보면 주인을 잃고 바닥에 널부러진 지저분한 휴지들이 흔하다. 휴지 버리는 것과 정직, 배려, 공감을 연결시키는데 무리가 따르지만 아쉽다. 타인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와 규칙을 공감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성인이 되면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훈훈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최근 의사 수만명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집회 후에는 청와대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당일 “의료계 입장을 이해하고 해법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날 해법 모색을 지시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는 의료계 주장과는 배치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직역 이기주의’, ‘돈에 눈먼 파렴치한’ 등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말들이 난무했다. 의사들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 적개심 넘치는 표현들이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원인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반인들에 대한 의사들의 전반적인 이해심과 공감능력 부족을 꼽는다면 번지수가 틀릴까나 싶다.

최근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여러 발의 총탄이 박힌 북한 귀순병사의 생명을 구한 것에도 감동이 컸지만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외면받아온 응급의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모습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이고 집에 들어가는게 휴가가 될 만큼 병원 응급실 상주가 일상이 된 그의 헌신적 희생에 많은 국민이 감동하고 경의와 찬사를 보냈다. 소위 이국종 현실이 회자되면서 내년도 응급의료 관련 예산이 증액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숱하게 외쳤지만 복지부와 정치권이 외면하다가 이런 사태가 촉발되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사후약방문’이라는 조소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불거진 상황에서 병원계의 사각지대 현실이 알려지고 많은 국민들이 공감(共感)하면서 제도가 뒷받침되고 진료현장이 개선되는 측면은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이국종의 교수의 이런 헌신과 희생은 어디서 나왔을까. 의사라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몸에 배어있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기저에는 이국종 교수의 환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외상센터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 특히 중증외상응급환자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소위 블루칼라 계층이 많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의사로서의 본분인 치료와 진료에 인간적인 진심(眞心)이 담겨져 있지 않았을까 한다. 바로 환자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공감이다.

의료계는 올해 전공의 폭행, 간호사 행사 동원 등의 다양한 사건이 결부된 갑질문화로 지탄을 받았다. 악행(惡行)이 관행(慣行)화돼 결국에는 사회적 분노가 촉발된 한 해를 보내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共感)이라는 단어를 깊이 되새겨 본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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