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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죽음 예측·판단은 의사 몫. 부담 덜어야"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
[ 2017년 12월 04일 05시 33분 ]
 


“연명의료법, 의사 처벌코자 만든거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개의 숫자가 화제가 됐다. 2197과 7.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의 표시로 작성하는 연명의료의향서는 2197건에 달하는 반면, 실제 임종기에 이른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한 건수는 단 7건에 그쳤다.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환자들은 망설이기 마련”이라는 것이 의사들의 중론이다. 그들도 망설이고 있다. 자신이 보던 환자가 언제 사망에 이를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게다가 지금은 유예됐지만 연명의료법에는 형사처벌 규정까지 따른다. 의료 현장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이윤성 원장의 조언을 들어봤다.
 
Q. 연명의료법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 반응이 궁금하다
우려가 많다. 이전에도 많이 언급됐지만 법 적용에 임종기와 말기에 대한 의사의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자기가 맡은 환자가 연명의료 대상인지 아닌지를 묻는 메일도 종종 받는다.
 
상담 건수에 비해 실제 시행되는 경우가 적다. 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부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환자 의사 확인 등 전반적 과정을 담당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보건당국에서 진행될 교육에 참여하는 등 연명의료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Q. 처벌 규정이나 법 해석이 까다롭기 때문에 향후 연명의료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 연명의료법 적용 대상 환자를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게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법상에서 연명치료로 규정하는 대상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 법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의료 현장은 수많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 개정 과정이 있겠지만 이후에도 법적 해석을 둘러싼 충돌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은 살인을 저지르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전쟁에서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받나’라고 묻는다면 어리석은 질문이 될 것이다. 연명의료법에 대한 걱정들 중 일부는 이런 측면도 있다. 연명의료 중단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큰 원칙을 정해준 것이 연명의료법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Q. 그렇다면 연명의료법 시행 의의는 무엇인가
연명의료법이 의사를 처벌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오히려 반대다. 병이 진전될 때는 연명의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환자와 가족들도 연명의료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충분한 과정이 주어져야 한다. 연명의료법은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인들도 죽음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고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환자 죽음을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의사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다. 어깨가 무겁지만 의사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의사 이외에는 판단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 권한은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의사 처벌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면 안 된다. 환자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경우는 제재가 필요하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정이라면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결과가 잘못됐다고 해서 처벌이나 비난이 가해져도 안 된다.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을 존중하고, 의료기술 측면으로 인한 한계에 대해 윤리적 비판을 가하면 안 될 것이다.
 
Q. 시범사업과 함께 연명의료법 개정도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이 환자 의사 확인 절차로 포함되지 않아 병원에서 불편함이 있다. 연명의료법상 환자 의사를 확인할 때는 사전의향서를 제외하면 이전에 작성된 문서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DNR을 근거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DNR을 받고도 연명의료 중단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등 의료진들의 어려움이 있고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끝으로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족했던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고 환자가 존중받는 과정 속에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병원에서는 전담인력을 마련해 의사와 환자 양측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사회적으로는 임종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논의됐으면 한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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