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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 이슈 터질때마다 법안 생겨 의사 규제”
허대석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
[ 2017년 12월 02일 06시 52분 ]
의료윤리와 연관된 복잡한 이슈가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공무원, 정치인, 법관의 손끝에 놓여 있는 동안 의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의료계 수수방관, 법 만능주의 보편화"

허대석 한국의료윤리학회장(서울의대 종양내과 교수)은 지난 1일 고대의대에서 열린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 학술대회 발표 세션에서 의사들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의사윤리가 법·제도로 강제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주사기 재사용, 존엄사와 관련된 보라매병원 사건 및 김할머니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규제가 하나씩 늘어났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 발생하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쌍벌제투아웃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한 김할머니 사건으로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허대석 회장은 사회적 여론이 재발 방지 대책 요구로 이어지면, 표심이 중요한 정치인과 책임지는 것을 회피하는 공무원들이 손쉬운 대안으로 법안 만들기에 나섰다“‘법 만능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법들이 제·개정됐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경우 법률 내용만 A4 용지 10매에 달한다. 여기에 시행령, 시행규칙, 별표, 서식까지 더하면 40매가 훌쩍 넘는다.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등 구체적인 내용이 세세하게 열거돼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진료하기도 바쁜 의사들이 이 방대한 내용을 숙지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상황이 각각 다른 환자들에게 이 법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법 위반 시 처벌규정도 상당히 강하다.  

허 회장은 말기와 임종 시기를 정확하게 구분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흔하고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지 못할 수 있는데, 과연 이 규정을 지킬 수 있을지 의료진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게다가 위법 시, 해당 의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색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내고 의무나 책임은 의사가 부담하는 실정"
 
이어 그는 "결국 생색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내고, 의무나 책임은 모두 의사가 부담하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와 상반되는 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에선 1991년 미 연방법인 환자의 자기결정권법(Patient Self-Determination Act)’이 제정됐다. A4 용지 3~4매 정도의 분량에 불과한 이 법은 어떤 관점에서 법이 필요한지 당위성을 명시하고 있다. 세부 사항은 미국의사협회(AMA)가 만든 의사윤리강령 및 윤리지침에 상세히 수록돼 있다.

허 회장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정반대다. 의사 지침은 선언적이고, 법률은 너무도 디테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법은 한 번 제정되면 수정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의협은 논리적인 접근보다 노조처럼 머리띠를 매고 정부와 싸우고만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제라도 의료윤리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의료계가 전문가 집단으로서 적극 대응하며, 선제적인 대안 제시로 논의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회장은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법률로 만들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따라서 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전문가 집단으로서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보혜기자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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