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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떠나 소화아동병원서 인생 2막
김중곤 前 서울대 의대 교수
[ 2017년 11월 06일 05시 32분 ]

"많은 병원들 영입 제안 뿌리치고 '배려' 실천"

서울의대 교수로 30년 간 몸담았다가 정년퇴임 후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는 이가 있다. 올해 8월 퇴임해 소화아동병원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김중곤 前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대학병원에서 소아 류마티스를 비롯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던 교수가 소아청소년 특화 병원에 새 둥지를 튼 이유는 다름 아닌 배려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도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자신의 분야인 소아 면역과 류마티스 분야의 진료를 계속 할 수 있는 곳은 소화아동병원 뿐이었던 것이다. 이제 소화아동병원 과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김 前 교수. 그는 소아청소년 진료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소아청소년 진료체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Q. 지난 8월 정든 교정을 떠나 정년퇴임했다. 서울의대 교수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소회는

의대에 30년 간 재직하다 퇴임하니 허전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과 전공의를 교육하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허전했다. 또한 그동안 쌓아온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아쉬웠다. 뒤돌아보면 언제 전문성이 가장 높았나 했더니 퇴임하기 전날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Q. 정년퇴임 후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곳이 소화아동병원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쉬움과 허전함을 느끼는 중에 소화아동병원에서 제안이 왔다. 다른 곳에서도 제의를 했지만 소화아동병원은 내가 그동안 보던 전문 진료분야의 환자만 봐도 좋다는 제안을 했다. 내가 그동안 쌓은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소화아동병원에서 진료를 보니 정년퇴임하면서 갖게 된 아쉬움과 허전함도 거의 없어졌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물론 대학병원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전공의나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요새 의과대학에는 선택과정이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소화아동병원에도 그런 신청이 많이 들어와 교육 기회가 있다. 올해는 처음 진료를 시작해 받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교육 기회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특강 요청도 들어오는데 그 역시 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의대에서 교육, 연구, 진료를 했는데 이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진료를 통해 교육을 하고 연구를 하는 것이다. 진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인 만큼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진료다. 그래서 진료를 하고 있는 최근에 의욕이 충만하다.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서도 앞으로 계속 준비를 할 계획이다. 


Q. 서울대병원 진료와 소화아동병원에서 진료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환자 중증도 차이가 크다. 환자의 중증도가 높으면 전문분야 환자라고 해도 혼자 보기 쉽지 않다.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도 여러 과와의 협진이 필요했다. 반면 이곳은 서울대병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편이다.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은 생각보다 차이가 없는 편이다. 서울대병원에 재직할 때도 환자를 오래 보는 편이었다. 환자 수가 많아서 진료를 밤늦게까지 하기도 했다. 소화아동병원은 아직 진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지는 않다. 이전보다 환자를 보는 데 훨씬 여유가 생겼다. 진료 외 시간에는 개인시간이 늘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많이 공부를 하고, 세미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Q. 서울대병원 교수 시절 환자를 오래 진료하는 편이라고 했다. 심층진찰료 도입 논의가 반가울 것 같다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환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전의 3분 진료 시절에는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15분 진료 때는 물어볼 수 있고, 그에 따른 불안함도 줄어든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3분 진료를 15분 진료로 늘리면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줄게 된다. 이는 결국 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아야 하는 사안으로 이어진다. 15분 진료가 당장의 문제 해결은 안 되겠지만 의료계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돼야 제도적인 안착이 가능할 것이다.
 

Q.  대한소아과학회장과 질병관리본부 희귀난치성질환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 소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은 있다. 우선 희귀질환관리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해당 질환에 전문적인 의사수도 적다.의  우여곡절 끝에 전문가를 찾았다고 해도 진단을 내리는 과정도 힘들고, 진단이 내려져도 치료약이 없다. 치료약이 있더라도 너무 고가이거나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해서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해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는 희귀질환법이 없지만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제약사에 세제혜택을 준다든지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식이다. 또한, 희귀질환약을 개발하려는 데 기술력이 부족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이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희귀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고자 했다. 그런데 희귀질환 전체로 보면 질환 수가 8000개가 되다 보니 손을 제대로 대지 못했다. 새 정부도 희귀질환자 지원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니 기대하며 지켜봐야겠다. 특히 희귀질환 전문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Q. 국내 어린이병원은 여전히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린이병원이 흑자 경영을 하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 일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어린이병원이 흑자인 곳이 없다. 대부분이 적자인데 그럼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니 상당수가 기부로 충당이 된다. 개인도 기부를 하고 단체도 기부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의료수도 낮고 기부문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병원이 운영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 어린이병원을 독립시키는 데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본원과 어린이병원이 같은 회계구조에 있어서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본원에서 독립되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어린이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기부금법의 손질이 필요하며, 어린이병원에서도 연구기금이나 시설기금 등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나 국가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Q. 강원대병원장을 지냈고 서울대병원장에도 5번이나 도전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위상이 말이 아니다. 국가중앙병원으로의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안타까운 점이다.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이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느낀 것은 서울대병원 구성원들의 능력이 정말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빅5 병원 중 한 곳인 것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최선의 진료보다 중요한 것은 최선의 진료다. 지금 병원에서 추진 중인 첨단외래센터 공사도 너무 늦었다. 이미 15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인데 이제야 공사를 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교수들이 언젠가부터 항상 병원 수익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처음 교수로 발령 받은 시절에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그런데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되고 자연히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필요없는 검사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병원 역시 돈을 벌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정도 됐으면 내부로는 전문성을 키우면서 외부로는 의료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 국내 의료전달체계는 다 무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국가중앙병원이다. 앞으로 서울대병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전문성을 갖고 계속 진료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두 번째 관심사는 생명윤리에 대한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연명의료 결정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치료법 등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지난 10년 간 유심히 지켜봐 왔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도 효율성을 좇는 면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에 천주교에서 주관하는 생명윤리 관련 기구와 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그동안 계속 해온 희귀질환은 물론 의료계 내 인권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할 계획이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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