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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신해철법' 실시 후 소송에서 이기는 의사들
여전히 힘든 의료과실 입증, 법원 잇단 판결서 의료진 손 들어줘
[ 2017년 10월 17일 07시 52분 ]

지난해 말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일명 신해철법) 시행을 놓고 떠들썩했던 의료계가 막상 시행 후에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해철법은 환자 사망 및 1개월 이상 의식불명, 1급 장애 등 3가지 경우에 해당할 경우 의료분쟁조정법상 강제조정절차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 임의조정절차에서 일부 강제조정절차가 도입된 데 대해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환자 측이 조정신청을 하면 의무적으로 이 절차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는 방어 진료에만 치중하고 진료시 방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들여다보면 신해철법은 제한된 경우에만 조정절차가 강제로 시작될 뿐 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는 기존처럼 당사자들의 자유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신해철법 도입으로 조정 개시율이 높아지더라도 의사들 반발로 조정 성립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당초 의료계는 조정신청이 늘어나면서 환자들의 소송 제기와 승소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의료과실 입증의 어려움으로 법정에선 쉽지 않은 사례도 많아 보인다. 의사를 포함 병원이 환자가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승소한 사례들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수술 후 병(病) 생겼다고 소송 환자 ‘패(敗)’
금년 3월 병원에서 병을 얻었다고 의료진을 상대로 1억원 대 소송을 제기했던 환자가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했다.

교통사고 입원환자 A씨는 2002년 9월 16일경 운전 중 후방 출동에 의한 교통사고로 같은 해 9월 18일부터 10월 7일까지 B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병원 신경외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2004년 11월 25일경 A씨에게 ‘미만성 막성 사구체신염을 동반한 만성신염 증후군’(이하 막성 사구체신염) 발생이 확인됐다.

A 씨는 이후 2012년 2월 28일경까지 B 병원에서 해당 질병에 대한 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호전 없자 B병원의 과실을 주장했다.

또 약물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의 약물 처방에 의해 A씨 질병이 발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약물 처방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의료과실로 뇌손상 주장했으나 "의료인 과실 없다" 판결
금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환자와 가족이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3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과 동일하게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C씨는 2014년 5월 15일경 서올 소재 병원에 입원해 어깨 회전근개 힘줄 손상 및 전 무릎뼈 윤활낭염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았다.

환자 C씨는 0병원 의료진 D씨로부터 ‘견관절경하 견봉하 감압술 및 회전근개 봉합술 및 도수강직 해리술’을 시술받았으나, 병실로 복귀한 뒤 우측 마비 및 언어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이상증상에 C씨는 수술 후 약 2시간 후 뇌MRI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 뇌백질의 신호증가 및 소혈관 질환으로 인한 뇌허혈 의증을 진단 받았다.

C씨 측은 “○병원 의료진의 출혈 및 지혈과정상 과실 또는 마취과정상 과실 등 의료상 과실로 인해 수술 중 뇌경색이 유도돼 뇌손상을 입게 됐다”며 D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또한 “수술 직후 C씨에게 뇌졸중의 전형적 증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신속한 응급조치를 실시하지 않고 뇌 MRI를 실시 결과 뇌경색 의심 사정이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씨 측 주장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실제 수술과정 중 이상소견 없이 원활히 진행 됐다”며 “의료진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어 A씨에게 우측 편마비 증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동일 수술에 대해 매번 의료진 설명의무 없다
올 6월 선천성심장기형 치료 중 사망한 신생아 유가족이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3억 2067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출산 전 선척전 심장기형이 의심됐던 신생아는 2014년 12월 출생 당시 약한 울음, 말초 청색증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앰부 마스크 배깅을 시행했다. 이후 정상 상태로 돌아오자 병원은 중환자실로 전원시켰다.

신생아는 출산 당일 시행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좌심실 저형성 동반된 불균형 방실중격결손, 기능적 단심실 및 양대 혈관 우심실 기시증, 감소된 좌심실 수축력, 대동맥 협착, 동맥관 개존증 등을 진단받았다.

이후 신생아는 대동맥 협착 교정술, 폐동맥 교약술을 받았다.

이듬해 의료진은 쇄골하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했으나 좌측 흉막 내에 잘못 위치해 관을 제거하고 이튿날 다시 삽입을 시도했지만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고 다행히 신생아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2015년 3월 갑자기 흉부견축 증가, 일회 호흡량 감소, 산소포화도 감소와 함께 서맥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심폐 소생술에 나섰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보호자 동의하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고 결국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3차 수술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특별한 감염 증상이 없었음에도 단기간에 걸쳐 수차례 중심정맥관 삽입을 시도해 사망에 이르렀으며 두 차례의 정맥관 교체 시도 전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 증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틀 동안 총 세 번 중심정맥관 삽입을 시도한 것이 병원 입장에서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무리한 조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자는 신생아가 중환자실에 입원할 당시 중심정맥관 삽입 목적 및 효과, 방법, 교체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전신마취 동의서에 직접 서명했다”며 “중심정맥관 교체 직전 설명을 반복하지 않은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수술 후 불가피한 부작용, 적극 대처 의료인 책임 ‘무(無)’
지난 8월 8일에도 수술 후 처치에 대해 환자가 제기한 1억 5천만원대 1심 소송에서 의사가 승소했다.

2012년 4월 21일, E씨는 양측 무릎 통증으로 M병원을 찾았고 양측 슬관절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진단받은 뒤 슬관전 전치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M병원은 5월 8일 경 E씨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특이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마취과와 내과 협진을 통해 수술을 진행해도 괜찮은 것으로 판단해 다음날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3일 뒤 E씨는 흉통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기관삽입, 제세동 등 심폐소생술과 함께 응급약물을 투여해 상태를 다소 개선시킨 후 E씨를 S대학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다. E씨는 같은 날 S대학병원으로 전원됐으나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왔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유가족은 M병원이 악결과 예견의무 위반 및 심질환 증상과 관련해서 처치 상 과실이 있으며 S대학병원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폐부종으로 기재했는데 이는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기 때문에 사망진단서를 잘못 발행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M병원과 S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의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M병원에서 수술 전 협진 내용에 의하면 망인은 심근경색을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며 망인의 사태가 갑작스럽게 악화 된 후 앰부 배깅, 흉부압박, 정맥주사 투여 등 응급조치가 부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망진단에 적힌 ‘폐부종’이 질환이 아닌 증상인 것은 맞지만 사망원인이 잘못 기재됐다는 것만으로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뇌수술 부작용 2억대 항소심 “의료진 과실 없다”
금년 9월 2일 뇌수술 부작용으로 환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 대 항소심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의사가 승소했다.

G씨는 2012년 6월 E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종양 치료 중 성장호르몬 분비성 뇌하수체 거대선종이 발견됐고 같은 해 12월 종양제거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담당 의사 H씨는 뇌척수액과 출혈액 배액을 위해 요추 내에 배액관을 삽입했다.

H씨가 배액관을 제거할 때 검사를 통해 G씨가 흉추, 요추, 천추 척수관 지주막하강에 광범위한 혈종으로 인해 척수가 압박되는 데서 통증이 생겼음을 확인하고 종양제거술을 시행한 부위로 뇌척수액이 새는 것도 확인해 긴급 수술을 진행했다.

G씨는 척수탈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고 척수가 눌려있으며 양하지 위약 및 감각저하가 발생해 운동능력에 이상이 생겼다.

이에 G씨 측은 요추 배액관 발관 과정 등에서 의료진 과실이 있으며 수술 이외의 치료 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배상을 요구한 1심에서 패한 뒤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요추배액관 삽관 당시에는 신경손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요추배액관을 삽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혈종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상태에서 제거술은 마비, 신경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자연 흡수를 기다리고 경과관찰 한 조치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G씨가 수술 전 작성한 수술 동의서에는 수술방법 외에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 뇌하수체 거대선종에 대한 외과적 수술 등 다른 치료 방법이 기재돼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의료진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승 신태섭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정보를 통해 환자들의 권리보호의식의 강화, 의사 측에 요구하는 합의금 액수의 증액, 환자 측의 과도한 시위와 민원제기로 인해 의사들이 진료업무를 방해받는 애로사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신해철법 도입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환자들은 늘었으나 의료과실 입증 과정 때문에 소송에서는 의사 승소 비중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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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기자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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