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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16.5% 그리고 ‘3800개 예비급여’ 항목
의료기관 종별 비급여 파악도 힘든 상황 속 ‘문(文) 케어’ 시동
[ 2017년 10월 11일 05시 27분 ]

[기획 2]오점이 있었다. 국내 건강보험제도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국민이 느끼는 제도의 혜택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7%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0%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인지 국민 대부분은 자랑스러운 건강보험을 두고도 실손보험이 없으면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자인데도 실손보험 가입자가 70%다. 함정이 있었다. 보장성은 63% 수준으로 나머지 영역에서는 건강보험이 지켜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러자 건강보험 밖에 있는 비급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급여는 의료비를 갉아먹는 악(惡)이자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도를 활용한 보장성 강화가 선결과제가 됐다. 그렇게 문재인 케어는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비급여를 잡으러 떠나는 순간이다.[편집자주]

 

건강보험 보장률과 비급여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 보장률은 63.4%이며 비급여는 16.5%를 차지하고 있다.  쉬운 셈법이다. 63.4%에 16.5%를 더하면 79.9%가 된다. 바로 이 수준이 OECD 국가 평균 보장률이다.

문재인 케어는 70% 수준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완벽한 숫자는 8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5년 내 목표는 70%이지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려면 80%를 향해 전진해야만 한다. 문재인 케어의 최종 도착지는 길고 멀다. 

비급여 항목, 세부적으로 5개 구분
어찌됐든 16.5%의 비급여를 없애는 것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다. 그렇다면 비급여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복잡한 형태의 다양한 비급여가 존재한다.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영역을 통칭 비급여로 칭하지만 세부적으로 5개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항목비급여(의학적비급여)다. 신의료기술 신청 절차 등을 거쳐 장관이 고시, ‘건강보험 행위 및 치료재료 급여·비급여 목록표’에 등재된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로봇수술 등 비용 효과성 및 진료의 경제성이 불분명한 항목들이 포함됐다. 고시 상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타당한 비급여라고 불린다.

두 번째는 기준초과 비급여(의학적비급여)다. 요양급여 기준(횟수/용량 등)을 초과한 비급여로 본질적으로 급여인 항목이다. 심사조정, 즉 삭감과도 맞물려 있다.

기준초과 비급여는 청구 시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일 뿐 의학적으로는 타당한 근거가 존재한다.
세 번째는 법정비급여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별표2에 제시된 사항 중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제증명료 등이 포함된다. 

네 번째는 합의비급여다. 법정비급여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영역이지만 세밀하게는 다르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별표2에 제시된 사항 중 미용성형, 예방, 치과보철, 영양주사, 한방물리요법 등을 말한다.

다섯 번째는 미분류 비급여로 현재까지 분류하지 못한 항목들을 통칭한다. 

공식적으로 비급여는 이렇게 다섯 개로 구분된다. 하지만 논외 선상에 있는 임의비급여도 빼놓을 수 없다. 임의비급여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비급여 항목이라고 규정되지는 않는다. 급여와 비급여 사이 ‘그레이존’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PRP(Platelet Rich Plasma, 자가혈소판풍부혈장)시술 등은 임의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이 경우,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케 했다면 전부 돌려줘야 한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는 국내 의료체계 상에서 상당히 복잡하게 구분된 상태다. 의료인들도 헷갈리는 것이 비급여 구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허용되는 항목들도 왠지 모를 불편함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비급여다. 임의비급여는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예비급여 신설, 순차적 급여화 추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추진되지만 모든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된 비급여 중 의학적비급여로 분류되는 항목들을 중심으로 ‘예비급여’라는 제도를 통해 차근차근 급여로 진입시키는 것이다.

문 케어는 필요하지만 비용효과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비급여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하는 예비급여를 적용된다.

예비급여는 3~5년 뒤 평가를 거쳐 급여로 완전히 편입할 지, 비급여로 다시 돌려보낼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예비급여 추진 대상이 약 3800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30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2022년까지 보장률 70%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5년 마스터 플랜이다.

2015년 기준 건강보험 의료비는 총 69조5000억원, 비급여 11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1%p 보장률을 올리는데 8000억~1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보장률 63.4%에서 7%p 올리는데 약 6~7조원이 투입되면 문재인 케어는 차질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과장은 “예비급여 대상 비급여 목록은 총 3800여 개로 발표했는데 주로 종합병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추계한 것이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목록은 다시 계산하고 있으며 대상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적정수가 보전에 대해서도 “급여 전환 시 파악 가능한 원가에 근접한 가격을 설정하고, 이로 인한 수입 감소는 저평가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해 수가의 균형을 우선과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추계  안되는 종별 비급여 규모  
애석하게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정부나 공공기관은 비급여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 

청구자료에 들어오지 않는 본인부담 100%의 항목들은 애초에 관리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는 전체 진료비 집계에 근거해 맞춰진 수치일 뿐 실질적으로 의료기관 각 종별로 어느정도 비율로 비급여가 존재하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최근 그것도 41곳의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0% 수준의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상 행위를 묶어 신포괄수가제로 규제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공공병원의 10% 비급여 비율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연구를 추진한 심평원과 대한의학회 역시 “공공병원 자료에서는 비급여 행위가 미미하게 나타났으므로 더 많은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다양한 서비스를 행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입원이나 외래 진료의 99~100%를 비급여로 받는 병·의원들이 공개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은 종별로 5곳씩 비급여 청구가 높은 기관을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비율 높은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진료비 대비 28~31% 수준이었고 종합병원은 평균 46% ~62% 수준이었다. 병원의 경우 85%~92%, 요양병원은 72%~78%의 비급여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의원급은 87%~99%가 비급여로 확인됐다.

물론 이러한 기관들은 극히 드문 일부 중에 일부이기 때문에 확대해석은 위험하다.

금년 4월에는 보험개발원 역시 2011∼2014년 진료비 구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비중은 의원급이 52.3%로 가장 높았고, 일반병원 41.2%, 종합병원28.5%, 상급종합병원 30.7% 순이었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높은 셈이다.

이 역시 비율만 근거로 삼았을 뿐 금액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데다가 실손보험에만 한정된 상태라 명확한 해석을 내리기 어렵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종별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지 분석이 나왔어야 했는데, 모든 것은 추정에 불과하고 현재로써는 실체가 없다.

구체적인 목표는 세워졌는데 세부적 변화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원가자료를 통한 다양한 연구가 시작된 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추진된다면 위험요인은 줄어들 텐데 이를 방어할 요인은 전무하다. 

그래도 문재인 케어는 시작됐고 비급여는 점차적으로 없어진다. 지금이라도 적극적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원가보전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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