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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시행 전(前) 바꿔야 할 ‘건강보험 심사’"
김철중 조선일보 논설위원
[ 2017년 10월 10일 05시 46분 ]

  “전화 안내원도 실명인데 심평원은 익명, 투명성 부족”
 

크고 작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원장들을 만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때문에 병원 못 해먹겠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과잉진료 잡아낸 것이라면 할 말 없겠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에 삭감 통지가 날아온다는 것이다.

기껏 열심히 환자 진료해 낫게 했더니 이 진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으면, 의사로서 의업에 대한 회의가 들지 싶다.

수도권의 한 정형외과 병원은 매달 삭감액이 청구액의 10% 나온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고 나름 전문 진료를 하는데, 삭감이 10%면 병원이 운영될 수 없다. 대부분의 삭감 이유도 불명확하다. 심평원이 봤을 때 관절경 소견이 수술하기에는 일렀다는 정도다.

정형외과 의사 관점 포인트에 따라 수술의 적응증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은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환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불편하지도 않은데 수술에 응할 리가 있겠는가. 수술 후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말이다.

낙상으로 척추 골절이 와서 응급실로 온 환자에게 양쪽 다리 신경 마비 증세가 오자 응급수술로 신경 압박 골절 부위를 해결했는데, 심평원으로부터 진료비가 삭감된 경우도 있었다. 보존 치료를 해도 될 환자를 수술했다는 이유다.

만약 수술이 늦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신경마비가 왔으면, 환자 측이 병원을 상대로 치료가 늦어져 신경마비가 왔다며 거액의 소송을 낼 수 있는 사안인데, 심평원의 삭감은 태평하게 보인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간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심평원이 환자의 긴박하고 위중한 병세보다는 건강보험 고시 기준을 너무 딱딱하게 해석했다는 게 법원의 판결 이유다.

현행 심평원의 심사 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투명성이 부족하다. 법원의 판결은 어느 판사가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심평원은 누가 심사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진료 정당성을 심사하는 의료 법원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누가 심사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사위원이나 자문위원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이라면 재판에 임하는 판사도 다 숨겨야 한다.

익명은 책임감을 떨어뜨린다. 동사무소에 가도, 은행을 찾아도, 백화점에 들러도 우리는 자기 이름이 적힌 명찰 직원을 만난다. 전화 안내원도 통화되자마자 자기 이름부터 밝힌다.

국가 유일 공적 건강보험 체계에서 진료의 정당성을 심사 평가하는 심평원이 익명 심사를 해야만 하는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심사 결과 사유도 무성의하게 내놓는다. 건강보험 기준에 맞지 않으니 삭감한다는 식이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면서 왜 이런 판결을 했는지 판결문을 공개한다. 소송 당사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부당하다 싶으면 항소를 한다.

심평원은 왜 삭감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누가 심사하는지도 모르고, 왜 삭감하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방식이다.

같은 지역 내 의사들이 심사위원이나 자문 위원으로 참여해서 그 지역 병원의 진료를 심사하는 것도 문제다. 지역 내 병원 간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당하지 못한 방식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민간 심사위원이 작정하고 특정 병원에 까다롭게 군다면, 해당 병원은 엄청난 경영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런 우려를 만들어 놓는 심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최소한 재심에서 만큼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다른 지역의 심사위원에 심사를 맡겨야 한다.

현 정부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하겠다고 했다. 이제 3000 여개의 비급여 항목이 순차적으로 급여화된다. 많은 병원들이 급여화 과정에서 수가가 낮아질까 봐 걱정한다.

그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전면 급여화된 환경에서 지금처럼 깜깜이 심사 방식이 그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투명성이 높아지고, 충실함이 늘어나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는 생각지 못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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