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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결핵,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이재희 교수(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
[ 2017년 09월 17일 20시 40분 ]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전염성 질병 중 하나이다. 결핵균은 독감바이러스나 메르스바이러스처럼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즉, 활동성 폐결핵 환자가 기침을 할 때 환자의 체내에 있던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고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사람은 호흡을 통해 결핵균을 들이마시게 된다.
 

결핵균이 이렇게 우리 몸의 폐로 들어오게 되면 여러 가지 면역세포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결핵균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리한 결핵균이 우리 몸의 면역방어 시스템을 빠져나가게 되면 결국 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감염이 된다 하더라도 두 가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결핵균의 세력과 우리 몸의 면역기능 간 우세 정도에 따라 결핵이라는 질병이 바로 발생되는 경우가 있고 감염은 됐지만 질병까지 일어나지 않고 결핵균이 잠들게 되는 잠복감염 형태가 있다.

이 잠복감염 환자는 향후 언제든지 결핵균 이 잠에서 깨어나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결핵균에 노출돼도 결핵균의 노출 정도와 인체면역시스템 능력에 따라 1) 감염되지 않는 사람, 2) 감염은 됐으나 잠복 상태가 유지되는 사람, 3) 활동성 결핵이 바로 발생하는 사람 등 다양한 결과가 초래되게 된다.

그러므로 평상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결핵균에 노출되더라도 결핵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면역기능이 양호하지만, 결핵균에 노출된 정도가 심하거나 결핵균 세력이 너무 강한 경우에는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활동성 결핵 환자와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직장, 학교와 같이 같은 공간에서 접촉한 시간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감염 확률이 높고 적극적인 접촉자를 대상으로 검진을 해야 한다.

집단시설에서 활동성 폐결핵 환자가 1명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접촉자에 대한 결핵균 감염여부 검진을 시행하게 되는데 그 시설에 속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접촉 시간과 전파 위험도를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학생 혹은 교사가 결핵으로 진단되게 되면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팀에서 접촉자 검진 대상 범 위를 결정하게 되는데 해당학교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범위가 더 확대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할 수 있다.

제한된 자원 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는 비용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모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반적인 경제, 의료수준에 비해 결핵 부담이 매우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의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핵 외에도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고 의료 분야 자원만 하더라도 여러 질병별로 배분되다 보니 단기간에 결핵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집단 시설 내 환자 발생 시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마치 결핵에 걸린 것이 무슨 죄를 지 은 것 같이 느끼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그러하다.
 
“몇 학년 몇 반 누구 때문에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 든지 “선생님이 어떻게 결핵에 걸리 수 있냐” 와 같은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서두에 말했듯이 결핵은 면역기능이 감소한 사람에서 발생위험이 높고 태어날 때부터 결핵균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전염된 것이다.
 
즉, 환자 본인이 잘못해서 생긴 비난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아이도 결핵에 걸리 수 있고 내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집단 시설 내 환자 발생시 누구를 비난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차분하게 따라 문제를 해결 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실제 진료를 본 환자들 중에 결핵이라는 진단을 전하면, 본인이 어떻게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냐며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그런 병이라 함은 경제적으로 부족하여 먹고 살기 힘든 사람에서 생기는 병이라는 말이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자식에게도 비밀로 하는 환자들도 있고 평소에 하던 친목 모임을 중단하고 고립되는 유형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우리 사회 깊숙이 박혀 있는 결핵이란 질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게 된다.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결핵환자는 전파력이 없음을 이해하고 결핵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핵의 진단은 아주 간단히 몇 시간 만에 결정되는 경우에서부터 몇 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고 방사선 사진에서 결핵에 흔한 소견을 보이면 가래 검사를 통해 결핵균을 확인함으로써 쉽게 진단 가능하다.

하지만, 결핵은 천의 얼굴을 보이는 질병으로 영상 소견이 매우 다양하여 진료경험이 많은 의사도 처음에 결핵을 의심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체내에 결핵균의 양이 적은 경우에는 초기 검사에는 결핵균을 확인할 수 없고 1~2개월이 지나서야 결핵균이 확인되어 결핵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결국, 치료가 늦게 이뤄지게 된 셈이지만 현대의학수준에서 결핵진단분야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이다.

다행히 이런 환자들은 결핵균의 전파 능력이 낮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나간 1~2개월간 타인을 감염시켰을 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경미한 결핵환자들을 조기에 진단 할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된다면 결핵박멸의 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래검사를 통해 결핵균이 확인된 폐결핵환자들 중 입원을 요하는 경우에는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병원마다 이러한 전염성 환자의 입원을 위한 격리 병실이 있지만, 항상 일정한 숫자의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대개 최소 수준으로 운영한다.

너무 많은 격리 병실을 만들어 두고 격리가 필요한 환자가 없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 발생은 예측불허이므로 평상시보다 많은 결핵 환자들이 쏠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병실이 부족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메르스사태 때 경험했듯이 우리나라 대형병원 응급실의 환자 쏠림 현상은 심각한 데 비해 제대로 된 격리구역이 있는 곳은 드물다.

정부가 최근 수년에 걸쳐 결핵 박멸을 위해 예산 투입을 증대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 현장에서 결핵환자를 보는 의사로서 중대형 병원 내 부족한 격리 병상 확대를 위해 운영 지침 강화나 정부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결핵은 그 어떤 의료 정책보다도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없는 그런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결핵이 사라질 그 날은 아직 요원한 듯하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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