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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홍보팀 능력과 기사 밀어내기
최원석 기자
[ 2017년 09월 11일 16시 42분 ]

[수첩]출근 전부터 휴대폰 진동이 울려댄다. 제약사에서 발송한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도착했다는 진동이다.


모든 기자의 메일함이 마찬가지겠지만 보건의료전문 매체로 한정한다면 제약담당 기자에게 오는 메일이 가장 많다. 그만큼 제약사 홍보팀과 홍보대행사는 기업과 제품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가끔은 다소 황당한 보도자료도 받곤 한다. 1년 가까이 지난 생산공장 가동을 홍보한다던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모를 급조한 티가 역력한 보도자료들이 그렇다.


이런 보도자료를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속칭 ‘아픈’ 기사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밀어내기 위함이다.


의구심이 드는 보도자료를 보낸 업체명을 인터넷 포털에 검색하면 여지없이 아픈 기사가 있다. 이 기사는 곧 황당한 보도자료에 밀려 인터넷 포털 뉴스 검색창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기자가 만난 A 제약사 홍보담당자는 “기사를 밀어내는 것도 홍보팀의 일이자 능력”이라며 “수많은 매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기사 하나하나를 수정하거나 내릴 방법이 없다. 아픈 기사가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일종의 위기관리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원치 않는 기사를 보도자료로 밀어내는 것이 과연 최선의 위기관리일까.


기사 밀어내기가 위기관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독자가 인터넷 포털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상황에서 기사 밀어내기는 그저 정보 접근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일 뿐이다.


B 제약사 홍보담당자 또한 점점 심해지는 제약계의 기사 밀어내기 행태에 대해 비슷하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경제지와 시사주간지 등 낯선 매체들이 연락을 해와서 리베이트 관련해 기사를 발행할 예정이라며 광고비를 요구하곤 한다”며 “미래성장 동력이라는 제약산업에 다양한 매체가 관심을 가지면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부분의 근거 없는 기사는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도자료 배포를 서두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성공적인 전문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보건의료전문지 업계도 책임이 적지 않다.


현재 보건의료전문 매체는 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제약사 광고에 의존한다. 제약사의 여력이 한계가 있는 만큼 매체 간 광고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보도할 기사의 가치를 철저한 잣대를 두고 판단하기 힘든 구조다. 특히나 거액의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는 제약사가 보낸 자료라면 전문지 입장에서도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기가 쉽지 않다.


홍보팀이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한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쉽다. 수신인에 저장된 주소를 지정하기만 하면 숫자가 얼마가 됐건 순식간에 날아간다.


얼마 전 만난 전문지 기자는 “최근들어 제약사의 기사 밀어내기 행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국내사, 다국적사를 떠나 홍보대행사까지 보건의료전문지는 보도자료를 다 받아 써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라고 개탄했다.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현실이다. 제약사의 윤리경영을 외치며 한편으로 기사 밀어내기에 열중하는 홍보담당자도 문제이지만 전문언론으로서 보건의료전문지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최원석기자 stone070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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