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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 개선돼야 당뇨병 치료 미래 밝아”
허갑범 허내과 원장 "의사 개개인 경험·능력 맞는 수가 책정환경 조성돼야"
[ 2017년 09월 11일 11시 12분 ]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전체 인구로 보면 무려 13.7%나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이 수치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당뇨병을 겪는 환자들을 둘러싼 진료 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9월부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15분 진료를 시범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30분을 대기하고 진료 시간은 정작 3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3분 진료의 폐단을 없애기 위함이다. 또 대학병원들은 언제, 어디서든 당뇨 환자들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모바일 당뇨앱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보다 긴 시간 병원 진료를 받게 되고 모바일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당뇨관리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적극적인 진료와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일리메디 ‘월간 당뇨뉴스’는 지난 호에 이어 당뇨병 진료의 미래에 관해 故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하고 50여 년간 대한민국 당뇨병 환자 치료 일선에서 헌신해온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 의견을 들어봤다. 일선 개원의사들이 당뇨병을 진료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편집자주]


“의사 개개인의 경험과 능력에 맞는 수가 책정환경 조성 절실하다”


Q. 9월부터 ‘15분 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됩니다. 현행 3분진료의 폐단을 막기 위한 15분 진료가 당뇨병 환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당뇨는 생활 습관병이라 환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고 환자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당뇨병 의사가 2~3분 내 진료를 끝내기는 어렵고 끝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진 환자는 15분, 재진 이후 환자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적절합니다.

15분 진료를 할 경우 병원은 진찰할 수 있는 환자 수가 5분의 1 정도로 줄어듭니다. 2~3분 진찰하던 환자에 비해 다섯 배의 수가를 받아도 병원 입장에서 받는 수가는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이전에 비해 훨씬 높은 수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의료계는 진료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환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의료계 전체가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9월부터 15분 진료가 제도적으로 도입된다 하더라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원가 의사들의 능력이 반영된 수가를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15분 진료를 시행했을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15분 동안 한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개원가의 15분 진료에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원가의 어려움을 줄이면서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Q. 대학병원들이 모바일 당뇨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환자들이 관리하는 것이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까요
 

당뇨 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적으로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당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 원격진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진료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더 정밀하게 수술하는 AI도 등장하고 있고 그 성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 발전에 따른 자연적 흐름이며 거스를 수 없습니다. 변화에 발맞춰 시류를 따라야 합니다.
미국 당뇨병학회는 지난 해 IBM과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당뇨 관리를 바둑처럼 누구나,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의료계도 4차 산업혁명을 맞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의사는 진료하고 수술하는 사람을 넘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Q 우리 실정에 맞는 의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 앞으로 의료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용 가능한 외국의 제도들은 수용하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합니다.

서양의 경우에는 환자가 선택진료 서비스를 원할 경우 요청할 수 있고 이 때 진료비는 일반 수가에 비해 10~15배에 달합니다. 일본은 당뇨병이 개별 전문의 과목으로 분류됩니다. 일본의 ‘당뇨 인증의’는 체계적으로 갖춰진 시스템 내 교육을 받습니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며 의사 개개인의 경험이나 능력에 따라 수가를 책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대에서 인문학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진료를 위해서는 관련 지식이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 능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은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서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인문학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이런 인재를 양성해내는 것은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교육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기계나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낼 수 있도록 교육 받은 인재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의료계의 변화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긴 시간 당뇨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신뢰를 준 교수님만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인간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환자와 의사 관계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신뢰를 쌓기 위해 저는 세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첫째 환자와의 대화를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진료시간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습니다. 환자의 성격, 생활 방식, 사적인 이야기까지도 들어주고 신뢰를 쌓는 것이 당뇨 치료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환자와의 스킨십입니다. 정서적인 스킨십이 대화라면, 저는 환자와 물리적 스킨십을 위해 매 진료 때마다 환자의 몸 치수 변화를 직접 잽니다. 요즘에는 성능이 좋은 기기들이 많지만 저는 여전히 줄자로 환자의 배, 허벅지, 엉덩이 둘레를 잽니다.

이 수치들은 늘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짧은시간 동안 환자들과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는 저만의 비법입니다.

마지막은 마음가짐입니다. 당뇨 의사는 혈당을 낮춰주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뇨병 치료 방향이 ‘근거 기반 관리’(evidence based management)에서 ‘효과성 기반 관리’(effectiveness based management)로 바뀌고 있음을 항상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의학 관련 서적에서 명의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최고 명의로 마음의 문제를 다스리는 ‘심의(心醫)’를 꼽았습니다. 둘째는 먹는 음식을 달라지게 하는 ‘식의(食醫)’였고 마지막이 좋은 약을 처방하는 ‘약의(藥醫)’였습니다.

장기간 진료에 임하는 당뇨 의사도 이와 다름없습니다. 좋은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환자 생활과 마음을 헤아린다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하는 것이 당뇨 명의로 거듭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다영기자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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