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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 직면 프레임 불리한 의사들
[ 2017년 08월 25일 05시 12분 ]
[수첩]
미국 뉴욕대학의 외과의사 호츠버그(mark S. hochberg)의 고증에 따르면 20세기 이전 의사들은 지금과는 달리 까마귀마냥 검은색 옷을 칭칭 두르고 진료를 봤다. 의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였으므로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존경심을 높이려면 성직자와 비슷한 차림을 해서 신성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의 옷차림은 다시 바뀌었다. 여전히 의학이 갖는 신뢰도가 과학기술보다 낮았고, 이에 의사들은 환자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과학자처럼 보이는 흰색 가운을 입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흰색 가운을 걸치는 것을 모방함에 따라 오늘날과 같은 차림새를 하게 된 것이다. 
 
불신을 없애는 것만큼 의학 발전에 요구됐던 것이 ‘청결’이었다. 철저한 소독에 따라 수술 성공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외과의사들이 대중 앞에서 수술을 시연하거나 환자를 볼 때 흰 가운을 입기 시작했고 오늘날 표준적인 의사의 복장이 확립됐다.
 
이렇게 백여 년 넘게 믿음직한 의사 이미지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또 실제로 안전한 의술이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 명찰 패용을 의무화하라고 하니 의료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교복에 명찰을 다는 것도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로 인한 전시행정에 동원되는 기분이 들어 억울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명찰패용 의무화는 결국 추진됐다. 의료계는 ‘환자의 편의성’이라는 강력한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자칫하면 집단 이기주의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유령수술에 대한 처벌과 의료환경 개선이 먼저라는 이유 있는 지적은 금세 묻혔다.
 
최근 비슷한 대결 구도가 다시 관찰되고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다. 충돌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정부는 유사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76% 넘게 나왔다. 여론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등에 업은 정부에게 의료계가 내세울 수 있는 방패는 별로 없다.
 
여론과 의료계의 맞대결 프레임은 의사에게 한없이 불리하다. 의사 88%가 문재인 케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돈 때문에 저런다’는 비난 앞에 무력해진다. ‘저수가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신의료기술 도입 난항’, ‘진료 선택권 축소’ 등의 단어는 국민에게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보다 이제는 걱정 없이 MRI도 찍을 수 있고 임플란트도 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 상황에서 의료계의 ‘전면투쟁’과 ‘총공격’의 화살은 누구에게 향해야 할까? 대상이 정부라면 전국민의 8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케어’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이 흔들릴까? 국민을 향하는 거라면 의사들은 여론의 ‘패배’를 원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얻어낸 승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대한의사협회가 처음에 취했던 신중론과 합리적 접근이 철회된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19세기 의사들은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벗기기 위해 검은 옷도, 흰 옷도 망설임 없이 걸쳤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시체를 해부하며 자신의 의술을 자랑할 수도 있었다. 환자들에게 호통을 치며 의사를 무시하지 말라고 윽박지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게다가 실제로 의학에 도움이 되는 발견을 얻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성직자나 과학자를 흉내 낸다고 비웃음을 산다 해도 더 중요한 목표가 있음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주도의 일괄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의료계에 가져오게 될 파장의 심각성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바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또 다시 의사들이 스스로를 국민과의 대결구도 프레임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기보다 실리를 얻기 위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차분히 고민해야 하는 때일지도 모른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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