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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학수준 걸맞는 호스피스병동 절실"
이현규 교수(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 2017년 08월 20일 20시 06분 ]
수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호스피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최근 호스피스전문기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대중매체나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일반인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말기환자가 접하게 될 의료적 상황에 대한 논의도 사회 각계 각층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 바 있다.

또한 올해 8월부터는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법의 대상환자가 말기암환자에서 만성폐질환, 간경변, AIDS 환자들로 확대되어 적용됐다.

법 적용과 실행의 면에서 아직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있는 면에서는 어찌됐든 환영할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인하대병원도 2년 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병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최신의학을 바탕으로 의료적인 면에서 암환자들을 돌보아 왔으나 호스피스병동을 통해 과거에는 채울 수 없었던 말기암환자들의 필요들에 더욱 주시하고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병동을 운영하면서 내 자신에게도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말기환자들이 단지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만의 소중하고 존엄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는 존중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능동적으로 살아내는 환자들을 만날 때면, 의사로서 뿐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도 했다.

환자 가족과 친지들의 헌신적인 돌봄 속에서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순간들을 보는 것도 나에겐 특별한 기회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순간들도 많다. 호스피스에 대한 편견으로 입소하는 것을 주저하다가 뒤늦게 전실돼 이렇다 할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임종 돌봄만 받게 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볼 때면, 병동 운영 외에도 환자와 가족의 인식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음을 절감하게 된다.

병동에 오길 원했지만 병실이 나지 않아 끝내 일반병동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를 보는 것도 불편하다. 환자를 간병하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간병비를 대느라 경제적으로 소진되는 가족들을 보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다.

이전에는 환자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정의 일을 뒤로 미루고 가족들이 간병을 전담하면서 급격히 소진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족의 간병이 여의치 않아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병원비의 서너배가 되는 비용을 지불하는 바람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가족들에게 더 큰 부담이었다.
 
다행스럽게 완화의료도우미(간병서비스)제도가 시행돼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된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인하대병원도 지난 5월부터 간병서비스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런 가족들의 짐이 크게 덜어져 환자와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간병의 수준도 향상됐다.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적인 호스피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전문기관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가정간호서비스나 자문형 호스피스와 같은 사업도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환자와 가족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전문인력 양성이나 자원봉사자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새로 실행될 호스피스-연명의료법에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지속적인 질관리도 꾸준히 요구되고 있으며 원활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수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노력들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견줄만한 대한민국 의학수준에 걸맞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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