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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 개념 혼재 우려”
최윤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 2017년 07월 17일 06시 03분 ]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이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법이 시행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은 국내에서도 존엄사 논의에 한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학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 개념이 혼재돼 있는 상태에서 법이 성급하게 시행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고대구로병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의 의미가 다르므로, 별개의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이 8월 시행된다. 이에 대한 소회는

한국에 호스피스가 소개된 지 50년이 넘었다. 또한 기존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던 호스피스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8월부터는 비암성 말기환자(만성페쇄성호흡기질환, 간경변, AIDS)에게도 서비스가 확대된다. 여기에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 지정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장기 계획 등이 법률에 담겨 있어 본격적인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다만, 처벌조항의 경우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법안 시행이 코 앞이지만 각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외국에서는 말기상태 즉 식물인간이나 임종환자에게 적용하는 연명의료중단 관련 결정과 이행절차를 말기환자 등으로 해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적용시켰다. 여기에 ‘연명의료중단 등’으로 표현해 연명의료 중단과 연명의료 유보의 이행절차를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벌칙 조항으로 법 취지와는 반대의 결과인 무의미한 연명의료 조장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위축될 개연성도 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 개념이 혼재돼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연명의료결정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과 치료거부권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가를 규정한 제도다. 외국의 경우, 식물인간 등에서의 영양공급, 인공호흡기적용, 항생제 사용, 고가의 검사, 투석치료 등 생명연장의 효과가 있는 의료라도 본인의 의사결정에 의해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의료비로 인한 결정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임종은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다. 그 임종과정에서 심폐소생술 등을 시행할 것인지 여부는 일반적인 연명의료결정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부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안하는 경우 환자에게 의료가 제공되지 않고 방치될까하는 우려가 있었고, 호스피스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런데 이로 인해 연명의료 결정과 호스피스에 대한 혼동이 시작됐다. 호스피스는 연명의료결정의 반대적 개념이 아니다. 모든 임종과정에서 제공돼야 할 돌봄은 호스피스적 철학을 가진 ‘임종돌봄’이다. 호스피스는 전문완화의료의 한 형태로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적 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개념을 하나의 법에 담으려 했기때문에 우려가 되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를 전제로,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를 기준으로 제정됐다. 즉,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남용을 염두에 두며 절차를 깐깐하게 만들었고, 적용 대상자는 임종과정 환자와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의 말기환자로 국한시켜 놓았다. 이에 막상 시행하려고 하니 모순이 생기고 오히려 과잉진료를 유발할 개연성은 물론 법적 문제 발생과 호스피스가 위축될 상항에 처했다. 
 
☞ 8월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도 시행되는데

이번 시범사업은 병원의 일반병동이나 외래에서 질환 관련 진료를 받는 말기 환자에게 담당의사의 자문형 호스피스팀으로 협진의뢰를 통해 요청되는 서비스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해당 진료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적절한 의료진 확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평가 후 개선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
 

☞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서 담당 전문의와 사회복지사 2인이 겸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말기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제공된 서비스에 대해 질적 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시간으로 시범사업 수가를 산정하게 된다. 특히 사회복지사의 경우 입원형과 겸임을 허용해 서비스 질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수행한 전문인력 또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다학제로 구성돤 학회로  내년이면 창립된 지 20년이 되며 정회원수도 1000명이 넘는다. 비암성에 대한 준비는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차원의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암성질환에서 말기진단의 개념이 암질환과 다르다. 환자와 가족의 치료와 삶에 대한 생각, 비암성 질환의 전문의들과 논의해 ▲완화의료에 대한 정립 ▲호스피스와의 연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암 분야에서는 10년이 걸렸다. 학회는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 8월부터 비암성 질환에 대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시행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비암성질환은  질병의 특성상 자문형으로 제공되는데 자문형호스피스 제공 서비스의 표준화 및 평가지표를 어떤 것으로 할지가 명확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나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입원이 많은 상황에서 자문형 서비스 제공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 각종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도 한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 전원 합의로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이기 때문에 폐기나 전면개정은 어렵다. 다만, 독소 조항에 대해서 만이라도 진지하게 개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 연명의료결정법에서 계획서 작성 및 적용시점이 임종과정으로 돼 있는 것에 우려의 입장을 보였다

환자 상태는 수시로 변한다. 갑작스럽게 악화될 수 있고, 너무 늦게 연명의료에 대해 논하면 안 된다. 따라서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요청할 때나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것을 예상했을 때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작성 이후 상태가 호전되거나 변화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논의해 재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논의된 결정에 따라, 환자가 실제 임종과정에 이르렀을 때 연명의료결정 사항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4개의 말기질환자 이외에는 임종과정판단이 돼야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것이 문제다. 임종과정의 환자는 대부분 의식이 없어 본인과 상담이 불가능하며 가족과의 논의를 급하게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말기진단 대상 질환을 넓혀 연명의료작성 말기질환을 확대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연명의료작성 대상 말기질환이라는 구분 자체가 필요 없다. 질환 종류나 진단기준과 관계없이 연명의료계획서는 필요시 언제든지 누구나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중단과 유보 모두 동일한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유보나 중단 모두 임종기에 이행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중단과 달리 유보는 임종과정의 불확실성이라는 의료현실이 반영돼 있지 않은 채 의료진에 대한 광범위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이는 법 취지와 달리 의료집착적 행위를 조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인 중단은 뇌사환자에서의 연명의료중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4명 이상이 위원회를 만들어 뇌사상태를 진단하도록 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유보는 의료 중에 자연스럽게 오는 임종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중단과 같은 절차로 적용되기 어렵다.
 

☞ 환자의 결정권이 중시되고 가족과 대리인 역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치료거부권이 없다.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궁극적으로는 대리인을 인정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명의료결정법의 취지는 말기나 임종기 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의사와 무관한 의료집착적 행위뿐만 아니라 반대로 불충분한 치료(undertreat)나 방치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치료 중심 의료에서 치료와 돌봄이 병행되는 의료로 나아가야 한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 회복과 교육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돌봄의 가치를 수가로 적절히 보상해줘야 한다.

환자 진행경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환자의 치료목표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임종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사전돌봄 계획(advance care planning)’ 수립에 대한 의료계, 환자, 가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는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에 법안 분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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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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