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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파브리병’ 현주소를 듣다
전문가 연세의대 홍그루-제네바대 메디 남다르 교수 특별대담
[ 2017년 07월 13일 11시 02분 ]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의사들조차 생소한 희귀질환이다. 리소좀 저장 질환의 하나인 파브리병은 첫 번째 증상 발현 이후 확진까지 평균 15년~20년이 걸린다. 또 한 번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이 어려운 비가역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파브리병 환자의 30%는 심장병으로 인해 사망하고 평균 수명은 50세에 불가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하지만 타 질환에 비해 연구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특히 국내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효소대체요법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언제 어떻게 치료를 해야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국내외 10여개국 110여명의 파브리병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2017 ICFD 서울(2017 International Conference on Fabry Disease Seoul)’이 열린 것이다. 이틀간 열린 ICFD는 파브리병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치료 전략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파브리병의 현 주소를 들여다보고 극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사안을 들어보고자 ICFD의 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위스 제네바 대학병원 심장내과 메디 남다르(Mdhdi Namdar)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간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Q. 파브리병은 현재까지 진단이 늦고, 인식이 낮은 질환으로 알려져있다. 유럽과 한국의 파브리병 유병률이나 질환 부담 등의 상황은 어떤가
 

홍그루 교수(이하 홍그루) 파브리병 유병률은 전세계적으로 인종이나 나라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 기존 문헌에 의하면 10만 명이나 20만 명 중에 1명이 파브리병 환자라고 보고 됐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데이터에 의하면
유병률이 남자는 4만 명 중 1명, 여자는 2만 명 중 1명이다.
 

더욱이 이것은 파브리병을 진단받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이탈리아나 독일,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을 전부 스크리닝한 결과 2~3000명 중 1명 꼴로 파브리병이 나타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 국가적으로 파브리병 여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검증하는 프로그램 등이 부족하여 아직까지 유병률은 많이 낮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에서 비후성 심근증이라는 심장병을 전문으로 보는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로 약 300명을 스크리닝 했을 때 3명 정도, 약 1%에서 파브리병이 발견됐다.
 

이는 기존에 밝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 있어서의 파브리병 유병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Q. 파브리병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메디 남다르 교수(이하 남다르) 사 실 의 사 들 도 가 장 큰 딜레마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진단이 제
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래서 항상 악전고투하고 있다.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의학계에서 인식을 좀 더 증진시켜야 한다. 환자를 진단하는 어떤 과의 의사라도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환자에게서 좌심실 비대 및 부정맥, 단백뇨, 신장질환 또는 ECG(심전도) 상에 비정상 소견이 있을 때 파브리병의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파브리병의 증상이 어떤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어 더욱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문헌에서도 파브리병의 증상이 류마티스 질환과 비슷하거나 불특정 질환과도 유사해 보일 수 있어 진단 시 혼동될 수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세 번째는 스위스에서 스크리닝 패턴을 연구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국가별, 지역별 또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파브리병을 진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홍그루 사실 우리나라에서 파브리병을 진단하기 더 어려웠던 이유는 파브리병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이 낮아 유럽이나 미국에서 만큼 환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들은 심장이든 신장이든 각 분야 전문가인데 파브리병 환자는 Gb3라는 기질을 분해하지 못해 여러 기관에 축적되면서 전신에 걸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의사가 아니라면 진단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안과, 피부과, 심지어 정신과 등 어떤 과의 의사라도 하더라도 파브리병 증상을 보일 시 이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Q. 파브리병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으며 조기와 후기, 진단 시기에 따른 차이점이 있다면


남다르
첫 번째로 환자를 초기 단계에서 진단했을 때는 환자 증상이나 징후에 대한 치료를 권한다. 이론적으로 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 환자 같은 경우에는 파브리병의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치료를 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진단이 지연된 경우에는 적응증이 확실하기 때문에 효소대체요법(ERT)으로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진단이 늦은 환자에게 최대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 목표는 심각한 좌심실 비대증 등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덜 심각한 환자에게는 단백뇨나 다른 장기에서 이 질환이 발현되는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보험관련 규제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협력해야 한다.
 

홍그루 치료법은 나라마다 다르고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ERT 비용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ERT 치료를 할 경우 2주에 1번 주사를 맞는데 약 1000만원의 비용이 들고 현재는 국가에서 100% 급여를 해주고 있다.

진단이 확정되고 효소 활성도가 정상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황,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졌거나 심장이 너무 두꺼워져 심장 내부에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라면 치료를 한다고 해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장기의 손상과 같이 뚜렷한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파브리병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는 큰 증상이 없어도 심장에 미세한 변화가 있거나 장기 기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면 초기에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Q. 파브리병은 가족력이 없는 경우 증상으로 진단 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 파브리병인지 의심해봐야 하는가


남다르
사실 파브리병 증상은 비구체적이기 때문에 증상에 의존해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심장질환 전문의로써 본다면 성인의 경우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ECG 나 MRI 상의 소견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어린아이 환자의 경우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과 같은 말단부위 지각 이상이나 복통과 같은 실질적인 이상 증상을 보일 시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다. 잠재적인 환자를 다룰 때 연령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연령이 낮은 환자일수록 증상이 비구체적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지만 조기 치료를 한다면 가역성은 더 높아진다.

성인이 됐을 때는 다시 객관적인 신호로 볼 수 있는 ECG나 MRI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근비대증, 이완기 기능 장애 여부 등을 장기간 추적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10년마다 주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부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홍그루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심장에 어떤 이상이 보일 때 파브리병을 의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심장 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4가지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파브리병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4가지 요소란 비후성 심근증 패턴을 보이는 경우, 심전도에 의미 있는 부정맥이 보이는 경우, 심전도에서 PR간격이 짧아지는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4가지 요소에 해당되는 것이 많다면 파브리병을 의심해봐야 한 다. 실제로 237명의 환자를 스크리닝 했을 때 3명을 진단할 수 있었는데 3명 중 1명은 4가지 요소에 모두 해당됐으며, 2~3가지 요소에 해당된 경우에서는 약 15%정도 진단율을 보였다.


Q. 지금까지 파브리병 한계로 인식 부족과 치료제 적용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른 한계가 있다면
 

남다르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의사들이 파브리병에 무지하다는 점이지만 환자의 질병에 대한 부인이나 검사 거부 경향, 약물 부작용 등의 문제도 있다.
 

또한 파브리병으로 진단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화된 큰 규모의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고, 적극적인 컨설팅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파브리병 치료를 늦게 시작 했지만 심장내과, 유전학, 신장내과, 피부과, 안과, 신경과 까지 많은 전공의 교수들이 팀을 이뤄 파브리병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대부분의 병원은 파브리병을 진단하는 의사가 1~2명에 불과하다. 이 경우 의사는 자신이 전공한 부위에만 ERT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제일 답답한 부분이다.
 

파브리병은 단순히 부족한 효소를 채우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의 문제도 함께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심장에 문제가 있다면 심장을 치료해야 하고, 혈압에 문제가 있다면 혈압을 치료해야 하고, 눈이 혼탁하면 눈을 치료해야 한다. 여러 분야 전문의가 모여 파브리병 환자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 및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앞으로 파브리병 치료 전망 및 기대를 하는 것이 있다면


남다르
현재의 치료 접근법은 부족한 효소를 재조합으로 만든 대체효소를 통해 공급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효소를 공급해 준다고 해도 장기마다 효과를 발휘하는 정도는 다르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장기마다 세포에 주입되는 효소 활동을 억제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다른 유전자형 변이에서 흡수되는 밀도가 다르거나 세포의 어떤 수용체와 효소 간 상호작용 매커니즘으로 인한 문제 일 수도 있다. GLB3 같은 경우 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통해 ERT가 장기마다 균일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ERT 효과가 처음 기대했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2000년대 초 처음 ERT가 발표됐을 때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서로 다른 장기의 세포에서 분자 크기에 따라 어떻게 작용 하는지를 좀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홍그루 현재 심장 분야에서 파브리병은 굉장히 작은 파트여서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아직도 파브리병에 관심을 갖는 심장내과나 임상내과 의사들이 매우 적다. 앞으로 더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국내 파브리병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현재 ERT가 절대적이지만 2주에 한 번씩 내원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연구와 치료법도 필요하다.
 

일부 유전형에서는 비용이 저렴하고 먹는 약이 개발 되어 대체되고 있고, 기질감소치료(Substrate reduction therapy)로 리소좀이 축적되는 것을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라던지,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래에는 환자에게 맞는 여러가지 치료법을 통합해서 치료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원석기자 stone070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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