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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보건소장과 인권위 결정 그리고 복지부
[ 2017년 05월 31일 05시 50분 ]
[수첩]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해야 한다는 법률 조항이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사 우선 임용 조항을 바꿀 계획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행 지역보건법에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에 우선 임용토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의사와 의사 직역 간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특정 업무 수행에 상당한 전문성이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경우 업무수행자의 자격을 특정자격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감염병 유행시 일선 보건소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 주장은 예방의학 전문의나 보건학 전공자·보건사업 종사자를 우선 임용할 근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정에 치협·한의협·간협은 즉각 환영 입장을 보였다. 3개 단체는 인권위는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2006년에도 동일한 내용의 권고를 받았지만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준비했다. 권고는 검토할 수 있지만 추진가능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하면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권위 결정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넓은 범위의 의료인보다는 예방의학 전문의보건학 전문가가 지역 보건업무에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데 복지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복지부는 인권위 권고 수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가, 청와대의 지시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여기에 아예 법 개정으로 보다 구체성을 갖게 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치협, 간협, 한의협의 주장 역시 공감이 간다. 의사에 비해 보건소장 우선 임용에서 배제돼 온 측면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자칫 국민건강 증진보다는 자리싸움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메르스 당시 확인했듯이 보건소는 지역 보건업무와 방역, 역학조사 등의 업무를 맡는 중요한 기관이다. 감염병 발생 등의 보건위기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추진해서 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보건소의 중요한 기능이다.
 
인권위 결정에 대해 복지부가 난색만 표해서는 안 된다. 의사 직역단체들 역시 무작정 법 개정만 주장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지난 2006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복지부가 인권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청와대가 정부 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 제고를 당부한 것도 좋은 신호다. 무엇보다 기초적인 국민건강에 가장 중요하고 좋은 보건소장 임용 방법이 무엇일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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