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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아심장수술 멈추면 그 책임 누가질까
정숙경 기자
[ 2017년 05월 10일 11시 55분 ]

[수첩]살다 보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이들의 고통은 내가 겪은 게 아닌데도 나 자신의 고통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일 경우 특히 그렇다.


출생 후 얼마 안 된 아기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다. 선천성 심장병이란 출생 전부터, 심장 기형 및 기능 장애를 나타내는 질환으로 많이 줄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신생아 1000명 중 8∼9명은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한국의 소아심장수술을 도맡아 하던 흉부외과 의사들이 망연자실해 있다. 소아심장수술에 필수적인 인조혈관을 공급하던 업체가 한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줄곧 숨죽이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눈앞에 둔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없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K교수는 답답함이 넘어 화가 났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조혈관 관련 업체가 철수키로 했다는 소식에 자존심도 적잖게 상했지만 당장 소아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다.


지난 2015년 9월 2일자로 대한흉부외과학회는 거듭된 치료재료 상한가 조정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인조혈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조목조목 담아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술실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들의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이렇게 막다른 골목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인조혈관이 제 시간에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이 당연한 원칙을 정부가 모른 척 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순을 밟았다. 결국 인조혈관 제품을 공급해 온 미국 고어사는 메디컬사업부를 한국에서 전면 철수키로 하고 자사 의료용품을 9월 30일까지만 국내에 공급하고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톨릭학교 성바오로병원 흉부외과 M교수는 "국내 공급되는 소아용 인공혈관은 고어 제품이 유일하다. 재고가 떨어지면 소아심장 수술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병원에선 재고 확보 경쟁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영세성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달라는 요구도, 원가조사 방침을 재검토해달라는 요청도 모두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다. 제품의 특수성에 대한 실제적인 사실과 임상적인 애로사항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의료진들과 업체 공히 "정부의 지나치고도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조혈관 제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가장 우수한 품질의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수입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제품군 인하로 인해 국내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수입원가가 낮은 제품들만 선택적으로 생존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며 서글픈 현 주소를 짚었다.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적정가격 수준 및 대체 품목 여부, 업체 철수 사유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환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인조혈관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인하(171품목, 평균 7.9%(0.04%~26.7%))는 과도한 유통 마진 방지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사후관리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약제와 치료재료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그리고 상한금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게 골자다.

실제 인조혈관에 대한 상한금액 인하는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쳤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들은 "이미 학회 차원 의견도 개진했지만 소용 없었다. 전문가들 의견이 배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치료재가 없어서 환자들이 수술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의료수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외국계 회사들이 최신 제품을 개발, 임상 현장에서 적용되길 그토록 원하면서도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한국에는 공급을 꺼리면서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의료수준을 두고 '세계 최고'라고 인정은 하면서도 ‘No, Thank you’라는 뜻이다.


그 사이 중국은 양적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엄청난 자본력 등에 업고 한국 의료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나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 인조혈관계 전체 매출규모는 15억원에서~18억원 정도로 그 시장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제약과 의료기기에 자본을 쏟아 붓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의료기술을 따라잡는 동안 한국 심장수술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이 전문 의료진들과 더 깊이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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