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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존율 높아지는 닥터헬기 응급의료
이강현 연세원주의대 학장
[ 2017년 03월 20일 06시 05분 ]

"정부 지원에 시스템 개선 동반돼야 효율성 높아져"

본래 ‘골든타임’은 방송사의 황금시간대를 의미했으나 요즘은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적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 최근 3~4년간 ‘응급환자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사어로 느껴질 만큼 빈번하게 사용돼 온 탓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단어가 생활에 젖어들 동안 닥터헬기 또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드러내는 주된 요소로 작동하면서 개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운영된 지 불과 5년 남짓으로 독일과 미국, 가까이는 일본과 비교해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차후 기대되는 양적 성장에 맞춰 함께 이뤄야 할 질적 성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대표적 의료취약지인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닥터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원주연세의료원의 이강현 의과대학장으로부터 해답을 구하기로 했다.


 

환자 살리는 골든타임 5·20·60
강원도는 산간 지역이 많아 의료취약지가 13곳에 달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계획하고 있는 의료취약지 지정기준 변경이 적용되면 동해와 속초 두 군데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강원 영서와 충북, 경기지역까지 포괄하는 도내 유일의 닥터헬기 운영 기관이다.
 

“이용환자의 60%는 3대중증질환자다. 외딴 지역에 있거나 물에 빠지는 등 긴급한 조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100케이스 분석을 기준으로 닥터헬기가 도입된 뒤 생존율이 47%까지 향상됐다.”
 

20년 넘게 원주세브란스병원에 적을 두고 있는 이강현 학장은 지난해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장을 맡아 세계응급의학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응급의료 전문가다.

실무와 연구의 양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한 이 학장으로부터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살렸던 생생한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스키장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을 일으킨 30대 환자가 한 시간 내 수술을 받고 나서 무사히 퇴원한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간 내 조치를 하지 못했다면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둘 뻔했다.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산 속에 살고 있던 70대 어르신을 헬기로 신속하게 이송해 치료한 경험도 있다. 아마 닥터헬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권역은 모두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헬기가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환자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출혈이 심한 중증외상이나 심장발작에 대한 응급처치는 촌각을 다툰다. 말 그대로 시간이 생명이다. 전문 의료진은커녕 상비약도 없는 의무실만 갖춘 관광지나, 보건소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산골에서 발생한 환자의 생사 여부는 닥터헬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급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의료진 요청 시 5분 내 출동, 20분 내 현장도착, 1시간 내 전문처치. 의료장비를 완벽히 갖춘 닥터헬기가 아니면 완수하기 어렵다. 물론 현장에 맨 먼저 도착하는 구급차의 초동 대응 및 환자이송을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이 선제조건으로 작용해야 한다.
 

“헬기는 보통 1분당 4~5km를 이동하기 때문에 70km이상 떨어진 곳에는 20분 내 도착이 어렵다. 때문에 구급차가 현장에서 중간지점까지 환자를 이송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을 통해 병원은 수술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락체계가 잘 갖춰져야 헬기도 제 몫을 다한다.”
 

닥터헬기는 현재 6개 권역에서 한 대씩 운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국의 응급환자를 포괄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므로 구급차의 인계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30억이 넘는 예산을 편성해 헬기 숫자를 두 배 가까운 11대로 늘릴 계획이다.
 

“국제적으로는 100만 명 당 닥터헬기 1대를 평균으로 본다. 호주는 영토가 넓어 50만 명 당 1대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 또한 47대로 상당히 많은 헬기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들에 비해 도입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 개선을 위해서 지금보다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나 결국 예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적절한 시기와 증가폭을 고민해야 한다.”
 

적은 개수만이 문제는 아니다. 운영상 어려움 또한 닥터헬기 정착에 있어 해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빠른 출동을 위해서 헬기가 옥상에 대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방법상 병원 옥상에서의 연료 주유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계류장 마련도 부족한 상태고 야간 운행이 어려운 부분도 아쉽다. 사업 초기보다 운항사도 늘었고 운항 기술도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과 지자체와의 협력 등에도 신경을 쓸 때가 됐다.”
 

1970년대부터 닥터헬기를 도입한 독일이나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을 운영한 일본에 비해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결실이 있다면 응급의료체계가 백지 상태에 가까운 이웃 나라들에게 이 같은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아시아 50개 국가 중에서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춘 곳이 11개국에 그친다. 치료체계 또한 선진국은 잘 돼있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세계응급의학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2019년은 대한응급의학회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 학장은 세계응급의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준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응급의료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재차 강조한 그는 “예산 확충과 같은 정부 지원만으로 개선될 수는 없다. 이제는 시스템의 재정비를 생각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를 해결할 만한 관리체계가 부족하다”며 "지역 내 거버넌스를 통한 의료취약지 전반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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