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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인건비' 곡소리···전체 매출 '50%' 육박
상급종병 실태조사, 비급여·부대수입 없으면 '경영안정 위협' 심화
[ 2017년 04월 07일 04시 55분 ]

매출 내 인건비 비중은 경영 건전성의 바로미터다. 어느 조직이든 존립의 명운이 인건비 절감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표적 노동집약 조직인 병원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일부 병원들의 경우 전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50%를 육박한다. 병원들이 곡소리를 내는 이유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한 인력난은 자연스레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타 직능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전체 인건비 비중도 덩달아 높아지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병원경영의 치명적 요소인 인건비. 그 실태를 들여다 봤다.[편집자주]



위태로운 인건비, 대한민국 병원경영 빨간불 십 수년째


사실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도 병원경영을 위협하는 인건비 문제가 여러차례 조명된 바 있다.


우선 기업의 자금 흐름 최일선에 있는 금융권에서도 병원의 경영상황을 진단한 적이 있다. 일선 병원들의 곡소리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본다는 취지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국내 병원들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진료에 기반한 순수 의료수익률은 1.4%로 낮았다. 반면 인건비 비중은 44%에 달해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 의료를 통한 수익 발생이 어려운 만큼 병원들은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공기관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공개한 병원경영분석 통계집에 따르면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43.0%, 종합병원 46.3%, 병원 50.8%였다.


소재지별 인건비 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대도시(43.5%)가 중소도시(42.5%)보다 높은 반면 종합병원 및 병원은 대도시가 중소도시보다 낮게 나타났다.


설립 형태별로는 공공의료기관 인건비 비율이 민간의료기관보다 높았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내놓은 병원경영 통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병원들의 인건비 비율은 십 수년째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이나 기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조직 경영에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다.


병원이 노동집약적산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영수지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국내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은 살인적 수준”이라며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적 특성이 있지만 50%에 육박하는 인건비는 경영의 최대 위험 지표”라고 토로했다.


빅5 병원, 인건비 비율 하위권 포진


데일리메디는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 실체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기 위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각각의 상황을 확인했다.


전체 병원들 인건비 평균을 제시했던 각종 연구나 조사와는 달리 각 병원별 인건비 비중을 집계한 것으로 이는 첫 시도였다.


조사는 43개 상급종합병원들의 2015년 결산서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들 중에는 의료원 체제로 결산서상 통합된 기관들이 상당수 존재해 총 기관수는 34개였다.


또한 보다 객관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단순한 의료수입 대비 인건비가 아닌 의료수입과 의료외수입을 합한 총수입 대비 인건비로 계산했다.


이는 병원들의 실질적인 매출이 의료수입과 의료외수입을 합산한 수치인 만큼 벌어들인 모든 수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해 보자는 취지였다.


다만 각 병원별로 결산서 양식과 항목이 상이한 만큼 통계상의 바이어스(Bias)가 존재함을 감안해야 한다.


조사결과 상급종합병원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경희의료원으로 확인됐다. 병원은 2015년 벌어들인 4817억9030만원 중 인건비로 지급한 액수는 48.05%에 해당하는 2315억638만원이었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각각 47.88%와 47.84%로 3, 4위를 차지했다.  고대안산병원의 경우 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외에 한양대의료원과 아주대병원, 경상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북대병원, 순천향대의료원 등이 44% 이상의 인건비를 기록하며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되는 부분은 소위 빅5 병원들의 인건비 비중이다. 이들 병원은 매출액 순위로는 압도적이었지만 인건비 비율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실제 연세의료원의 인건비 비율은 30.89%로 가장 낮았다. 이는 비전임 교원의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33.86%), 서울대병원(37.10%), 삼성서울병원(37.82%) 등도 하위권에 포진했다. 그나마 가톨릭의료원은 1조9524억487만원 중 8220억2925만원을 인건비로 지출, 42.10%를 기록하며 중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의료수입 절반이 인건비


조사가 이뤄진 34개 상급종합병원 및 의료원의 평균 인건비 비중은 40.97%였다. 이를 통상적인 병원 인건비 산출 방식으로 집계하면 43.52%로 늘어난다.


순수 의료수입 대비 인건비 비중을 살펴보면 34개 병원 중 28곳이 40%를 넘겼다. 즉 10곳 중 8곳은 살인적 인건비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병원별로는 경희의료원이 무려 51.23%를 기록했다. 인건비 비중이 매출의 50% 이상인 유일한 병원으로, 의료수입의 절반을 인건비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대안산병원(49.71%)과 전북대학교병원(49.02%), 고신대 복음병원(48.55%), 경상대학교병원(48.39%) 등도 50% 육박하는 인건비 비중을 나타냈다.


의료수입 대비 높은 인건비 비중은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방권이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이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인건비 비율 상위 20권 내에는 국립대병원 6곳, 사립대병원 14곳이 포함됐고, 수도권 8곳, 지방권 12곳이 포진해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나지만 비율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빅5 병원들도 의료수입만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인건비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의료외수입까지 합산시 37.10%였던 서울대학교병원의 인건비는 42.85%로 높아졌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37.82%에서 42.32%로, 서울아산병원은 33.86%에서 37.58%로 늘었다. 다만 연세의료원은 30.89%에서 32.95%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대형병원들의 버거운 인건비 부담은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병원경영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100병상 당 지출되는 의료비용은 37억원으로, 이 중 15억원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비율로는 최대 44.6%를 차지한다.


구조적 문제‧제도적 한계


병원들의 살인적인 인건비 비중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다른 산업군과 달리 병원은 워낙 노동집약성이 높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병원 구성원들은 다양한 면허와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다양한 직종이 모인 노동집약적 협력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병원 조직원들이 수행하는 역할 자체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들을 고용,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인건비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다.


실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30여 개의 다양한 직종이 필요하며, 이 중 국가가 공인한 면허자와 자격증 소지 직종이 20여 개에 달한다.


의사, 약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의무기록사, 응급구조사, 영양사는 물론 행정직, 기능직, 단순노무직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병원이 돌아간다.


병원의 노동집약성은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분야의 고용유발계수는 13명으로 제조업 5.8명의 2배 수준이다.


고용유발계수는 자영업주와 무급가족봉사자를 제외하고 해당 산업에서 10억원의 수요가 증가할 때 전체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총 노동량을 의미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고용유발계수는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산업에서 높게 나타난다”며 “병원의 노동집약성 때문에 고용유발 효과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산업형태가 노동집약에서 자본집약으로 고도화되면서 고용유발계수는 낮아지는 추세지만 오히려 병원의 인력수요는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보건산업 분야 종사 인력은 78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했다. 이 중 의료서비스 인력이 65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병원들의 인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십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저수가 기조는 일선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가인상률이 물가와 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의료수입만으로는 유지도 힘들다는 게 병원들의 불만이다. 병원들이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병원 수가는 약 20% 인상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 최저 임금상승률은 70% 수준이었다.


지방소재 대학병원 원장은 “작금의 수가체계에서 의료수입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날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비급여와 부대사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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