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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 서명 안받고 수술한 병원 '승(勝)'
1·2심 "과거 받았던 수술로 의학지식 있다면 설명할 필요 없어"
[ 2017년 01월 20일 06시 23분 ]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검사나 수술이라면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 본인 서명을 받지 않아도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수술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의학지식이 이미 충분한 경우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의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이창형)는 망인 곽모씨 가족이 학교법인 C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곽씨는 흑변(melena) 때문에 C학원이 운영하는 S상급종합병원에 내원했다. 흑변은 상부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 나타난다. 그는 1년 전 이 병원에서 간경변증 및 식도정맥류 결찰술(EVL)을 받고 추적진료를 받고 있었다.


의료진은 위식도 정맥류에 의한 상부 위장관 출혈 의증으로 진단한 후 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다. 식도정맥류 출혈이 확인돼 정맥류 결찰술을 진행했는데 곽씨는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내시경을 잡아 뽑으려고 하는 등 갑작스러운 과행동(hyperactivity)을 했다.


의료진은 시술을 중단하고 곽씨를 곧바로 응급실로 옮겼다. 인공기도삽관 및 인공호흡기치료를 실시하고 식도정맥류 출혈 지혈을 위해 S-B 튜브를 이용한 풍선탐폰법을 시행했다.


이틀 뒤 곽씨의 수축기 혈압이 89~90mmHg로 떨어지자 승압제인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정맥주사했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량의 식도정맥류 출혈이 또 다시 나타났다. 결국 곽씨는 다음 날 사망했다.


곽씨 가족은 의료진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1억84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곽씨 측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적진 혈압이 197/111mmHg까지 비정상적으로 극 상승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며 "검사 도중 망인에게 갑작스런 경련과 이상 행동 증상이 나타나면서 식도정맥류 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 내용과 방법, 부작용, 합병증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수술동의서에는 환자 본인 서명은 없고 가족 서명만 있다. 동의 없는 내시경 검사로 인해 자기 결전권을 침해당했다"고 말했다.


1, 2심은 모두 병원 손을 들어줬다. 결찰술을 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한 게 아니라 환자가 예전부터 앓고 있던 기왕증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곽씨는 1년 전 결찰술을 받은 적이 있고, 흑변 때문에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이미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밝혔다.


또한 "혈압상승과 식도정맥류 출혈 위험성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의학계에선 보고된 바 없다"며 "곽씨의 혈압 상승과 과행동 사이의 관련성은 낮을 것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이런 증상이 식도정맥류 출혈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환자 본인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설명은 의학 지식이 미비한 환자의 실질적인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는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의학 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교육 수준 등을 종합해 설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곽씨는 1년 전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받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진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검사 및 수술 방법, 목적, 합병증 등에 관해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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