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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과 다른 한약에 콩팥 망가진 20대 여성
법원, '등칡' 유통 제약사 2곳 "2억1200만원 배상" 판결
[ 2017년 01월 16일 10시 27분 ]

한의사인 남편이 처방한 한약을 먹은 부인의 신장이 망가져 이식수술을 받았다. 유통돼서는 안 되는 독성 한약성분이 함유된 한약제제를 복용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환자 나이는 28세로 출산을 한 직후였다. 부인의 산후조리를 위해 남편이 처방한 한약은 '보약'이 아니라 '극약'이 된 것이다. 남편인 한의사는 물론 제약사도 '독(毒)'이 든 한약을 걸러내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5민사부(재판장 윤종구 부장판사)는 한의사 L씨 부부가 S제약과 N제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두 제약사는 2억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두 회사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사건은 2011년 9월 14일로 거슬러 올라 간다. L씨는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한약사 H모씨가 운영하는 한약국에 통초 120g이 포함된 '궁귀조혈음' 한약처방전을 보내 한약제제 제조를 부탁했다.  9월 20일에는 통초 400g이 포함된 '통유탕'과 10월 10일에는 통초 80g이 포함된 '궁귀조혈음대영전가미' 처방전을 보냈다. 


한약사 H씨는 N제약에서 구매해 놓은 '통초'라고 된 한약제 규격품을 사용해 9월 14일 및 20일 L씨 처방전에 따라 한약제제를 제조했다. N제약 한약재를 모두 사용하자 S제약으로부터 9월 23과 30일 통초라고 된 한약재 규격품을 추가로 구입한 후 10월 10일 한약제제를 제조해서 택배로 L씨에게 발송했다.

L씨 아내는 한약제제를 복용한 후 2012년 2월 말경부터 3월 초까지 발열, 구역, 구토 등의 이상을 느꼈다. 두 곳의 1차의원에 내원했다가 진료 의뢰를 받고 5월 20일 S대학교병원을 찾은 결과 만성신부전, 말기 신장질환 신부전의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한달 뒤인 6월 20일 Y대병원에서도 사구체 여과율이 6으로 신세뇨관 괴사를 동반한 급성 신부전, 말기 신장질환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신기능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와 2013년 8월 1일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약제제 성분을 검사한 결과 두 제약사가 한약사 H씨에게 판매한 한약재는 통초가 아닌 독성성분인 '등칡'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칡은 신독성 성분인 아리스톨로킨산을 함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톨로킨산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광방기, 관목통, 청목향 등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 신(腎)조직에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투여량에 따라 간질 섬유화를 동반한 만성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리스톨로킨산을 함유한 한약재와 제제를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 성분 함유제제'로 지정함으로써 제조 및 수입품목 허가(신고)를 제한하고 있다.

 

한의사 L씨 부부는 금지된 독성 물질의 한약재를 판매한 두 제약사를 상대로 3억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한약재와 극약과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등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초수집자인 김씨 등이 제약사에 한약재 원재료를 납품할 당시 작성한 '생산 및 수집판매 증명원'에는 품명이 '등칡(통초)'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며 "원재료가 등칡임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등칡과 한약재인 통초를 구별해야 한다는 한약재 감별 기준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성 성분이 포함돼 유통이 금지된 등칡으로 한약재를 제조해 통초인 것처럼 유통시켰으므로 인체 안전을 위한 고도의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씨 아내에게 갑자기 나타난 만성 신부전증의 원인이 독성 성분이 든 한약제제 때문이라는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L씨 부인은 2011년 9월 14일경부터 2~3개월 동안 한약을 복용한 후 세뇨관 간질 부위 손상으로 인한 만성 신부전증이 생겼다"며 "한약 외에는 아리스톨로킨산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 신부전증은 아리스톨로킨산이 함유된 약제를 복용한 경우 발생하는 이른바 '특이성 질환'"이라며 "이를 뒤집을 만한 반증이 없으므로 한약제제를 먹고 병을 얻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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