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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진입 앞둔 한국의 고령의사
[ 2016년 12월 16일 18시 47분 ]

몸살이 심해 동네의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상가 건물 계단을 한참 올라가 문을 열자 접수대에는 간호사가 아닌 새햐얀 머리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잠깐 멈칫했지만 다른 곳을 찾아갈 기운이 없어 그냥 접수했다. 그는 잠시 기다리라며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고, 기자는 아무도 없는 로비에서 혼자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지나 어딘가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영문을 모르고 두리번거니 이번엔 내 이름이 호명됐다. 반신반의하며 방금 노인이 들어간 곳의 문을 열었다. 아까 그 노인이 흰가운을 입고 심각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가 이 곳의 원장이자 유일한 의료진이었던 셈이다.
 

그는 몇 마디를 묻고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 자판을 하나하나 누른 후 주사를 맞고 가라고 했다. 진료실을 나와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곧이어 그가 가운을 벗고 나와 두꺼운 돋보기를 낀 채로 주사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수납까지 마친 채 기자를 배웅했다.
 

“이대로 가다간 제가 일흔 정도 됐을 때 아흔이 넘은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아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 이혜연 학술이사가 의학회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말하자 좌중은 잔잔한 웃음에 휩싸였지만 그때 그 의원이 생각난 나는 웃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뿐만 아니라 ‘의사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내년 아니면 후년인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에 근접하는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고령화는 일반적인 인구 구조와 달리 의료환경이라는 변수가 추가 작동한다. 예를 들어 향후 몇 년 동안 외과 전공의를 받지 못하는 병원은 계속 고령의 교수가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의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전문의 중 4.5%만 농촌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기피과와 지방·중소병원의 고령화는 이렇게 맞물린다.
 

퇴직한 의사들은 또 어떤가. 정년퇴임 후 화려한 인생 2막을 펼칠 수 있는 의사들은 많지 않다. 운 좋게 병원에 재취업해도 젊은의사 혹은 교수 출신과의 대결구도가 마음에 상처를 준다.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지만 험지에 보내려는 것 같아 서럽기도 하다.
 

유년층은 감소하고 노인들은 일할 곳이 없다. 의료계는 이미 고령화 시대가 짊어지고 있는 어려움의 한가운데 놓인 상태다. 하지만 개선 움직임은 부족해 보인다.
 

“그만큼 환자 봤으면 됐다. 의사는 젊었을 때 많이 버니까 괜찮다.”
 

꼬리표를 떼야 한다. 특권층이라는 딱지 탓에 의사들의 삶을 생각하는 정책들이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가 양질의 의사 양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후속 조치 부재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사회적 손실임을 인지해야 한다.
 

고령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큰 우리 사회가 과연 의사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원장 한 명이 멀티태스킹을 해내던 그 의원 건물에 들릴 일이 있었다. 호기심에 기웃거려 봤으나 ‘폐업’이라고 써 붙인 종이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제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간호사도 없고 손님도 없던 병원을 지키고 있었던 것인지 물어볼 길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을 감추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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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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