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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20만명 울산지역 전공의 고작 1명 '비상'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질환 증가···학회·복지부 '강건너 불구경'
[ 2016년 10월 26일 07시 18분 ]

"120만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에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의 전공의가 각 한명 뿐이다. 이마저도 감축된다면 울산 지역 의료체계의 심각한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013년부터 내년까지 5년에 걸친 전공의 정원 감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울산광역시가 현행 전공의 책정 방식에 따른 지역 의료의 위기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울산 지역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공의는 울산대학교병원에 유일하게 각각 1명씩 배치돼있다.이는 거주 인구 및 규모가 비슷한 타 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수련병원에 배치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총정원은 134명으로, 그 중 절반을 훌쩍 넘는 인원인 78명이 서울과 경기, 인천 소재 병원으로 쏠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_대한신경정신의학회연보(2016.03.31기준)

신경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신경과 전공의 총정원은 88명이었는데 울산 배치 인원은 1명에 불과했고 서울 42명, 경기도에 13명이 배정됐다. 울산 인근 지역인 부산은 7명, 대구는 8명이었으며 인구가 60만명에 불과한 경기 일산에는 전공의가 3명이나 배치됐다.

 

하지만 2017년도 전공의 감축 계획에 따라 "이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골든타임 생명 응급환자,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할 지경"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응급환자다. 즉, '골든타임'이 생명인 응급환자를 타 지역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지난 2011~2013년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44.3명으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촌각을 다퉈야하는 뇌졸중 응급환자 발생 시 지역 내 의료진 부족은 환자 생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울산대병원 김선영 신경과 교수는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이다보니 환자중증도가 높고 응급환자가 많은 편인데 전공의 정원 자체가 적으니까 업무 과부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는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근무 강도로 인한 전공의 이탈률까지 높이는 등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정신과 폐쇄병동을 운영하면서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된 음독, 자해, 골절 등 자살기도 환자를 대상으로 365일 24시간 응급진료를 하고 있는 것 역시 울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울산대병원 안준호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최근 울산의 상황이 좋지 않다. 퇴직자가 늘면서 우울증 환자와 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환자가 속출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전공의를 또 감축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준호 학과장은 "정신과의 24시간 응급진료는 폐쇄병동 운영에 기반하고 있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차별 전공의 정원 1명은 최소한의 요건이다. 정신과 수련 전공의와 정신과 진료 기능은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기관의 특수성, 진료의 난이도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전공의 정원을 더 축소한다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또 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유지가 법적 필요 요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병원의 부담만 키우고 지역 정신건강의 최종 보루로서의 역할을 심하게 축소, 왜곡시킬 수 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 각 학회별 세부심사, 지역 분배 기준 미비 


그렇다면, 왜 이 지역에 전공의 인원이 1명으로 배정됐을까.

보건복지부는 매년 전체 수련기관과 각 병원에 배치되는 전공의 정원을 정하며, 대한병원협회의 병원신임평가와 의학회 산하 전문과목학회별 수련병원 진료과목별 세부심사를 통해 수련병원 전공의 배정 인원을 조절한다.


문제는 실제 전공의 배치과정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의료를 분배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원칙과 '의료의 공공성',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이 제대로 마련·적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각 학회별로 수련환경 심사기준도 저마다 다른 상황이다.


신경과 김선영 교수는 “우리 병원이 수련기준을 어겼거나 수련의 질적 문제로 인해 전공의 배정에서 이러한 불이익을 당했다면 납득이라도 하겠다. 그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전체 전공의 정원을 줄이게 되면서, 학회가 정한 기준으로 인해 지역권 의료에 피해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학회별 세부심사 기준에서 지역 안배에 관한 항목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즉, ‘병원의 수련기간’, ‘교수 인원’, ‘연간 환자 수’, '학회 참여 빈도' 등의 잣대만 있고, ‘지역에서의 대표성’, ‘중증도’ 등에 대한 배점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울산대병원은 1997년 대학병원으로 전환됐으며 정신과는 2006년부터 신경과는 2009년부터 전공의 정원(T0)를 받아 수련하기 시작했다. 상급종합병원이 된 것은 2015년도다.

즉, 교수진이 더 많고 수련기간이 더 긴 수도권병원들에 비해 학회별 세부심사 배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안준호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전공의는 단순히 교육만을 받는 피교육생이 아니라 병원에서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의료인력이다. 현행 방식으로 전공의를 배정해버리면 지역 의료체계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해관계만 있을 뿐, 보건복지부 조율 나서야"

학회를 향해 문제를 제기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울산대병원에서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11월 30일과 올해 2월 17일 학회에 공문을 통해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회 측은 “수련병원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현 상황에서 학회에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울산대병원 교수진은 “학회 내부에서도 지역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학회 내에서는 각자 소속병원들마다 정원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이해관계만 있을 뿐, 이를 조정할 여력은 없는 것이다.

 

이에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에도 검토를 요청했으나 뾰족한 해법을 듣지 못했다. 결국 다시 지난 9월 울산대병원, 울산시의사회, 울산광역시에서 병협과 복지부에 청원을 보냈다. 

 

최근 울산시의회는 ‘울산지역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공의 정원유지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율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해숙 울산시의원은 “울산의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전국 1위로, 전문 치료실의 수도권 편중과 지역 인적자원의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전공의 정원마저 감축한다는 것은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울산대병원 교수진은 "만일 학회가 수련병원들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없어서 지역 의료공백을 고려할 수 없다면, 이러한 상황을 보건복지부가 조율하는 것이 맞지 않는냐"고 호소했다.

한편, 2017년도 전국 각 수련기관 전공과목별 전공의 배치 정원은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았으며 레지던트 전기 모집은 내달 21일 공고를 시작으로 28일부터 12월15일까지 시행된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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