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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윤서영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2016년 09월 05일 07시 15분 ]

우울증은 전세계적으로 흔하며 환자와 주변 사람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세계 보건 기구는 소득 수준 중위 및 상위 국가들에서 우울증으로 생기는 부담이 다른 질병보다 크다고 보고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 등의 증상은 학교, 직장생활 등 대인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이기 떄문에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관리와 치료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울증(주요우울장애)의 평생유병률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 10-20%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시행된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7%로 다소 낮게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감정에 대해 잘 표현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해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는 인정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숨기려고 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처럼 흔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감기처럼 그냥 둬도 쉽게 낫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울증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쉽게 재발하고 만성화된다. 따라서 스스로는 물론 주변의 관심과 권유로 우울증이 의심될 때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하다고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평소 재밌게 하던 일들에도 관심없이 무기력하고 무엇 하나 일을 시작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경우에도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이나 중장년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이 여러 부위나 불특정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기운 없어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러 병원을 다니고 결석이나 결근이 반복되다가 긴 시간이 흐른 후 우울증 치료를 받고 나서야 이러한 문제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 중에서도 통증이나 신체 증상을 호소하거나 기력 저하가 나타날 때, 기억력과 주의력이 갑작스럽게 저하될 경우 치매보다도 우울증을 먼저 의심해볼 수 있다. 전형적인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경험 있는 전문가의 평가가 중요하다.


우울 증상이 있다고 해서 간단히 항우울제 처방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와 평가가 중요하다. 우선 조현병의 초기 증상이나 일부 증상도 우울증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고, 조울병의 경과 중에도 우울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들에서는 치료가 달라지게 되므로 단순히 현재의 증상만을 가지고 일괄적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

조울병의 우울증상에서 항우울제를 잘못 쓸 경우 조증을 유발하거나 경과를 불안정하게 해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특히 위험할 수 있다. 더욱이 조울증은 우울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반수 이상으로 우울증상의 자세한 양상이나 위험요인을 통해 사전에 위험성을 평가하여야 하고 약을 쓰면서도 증상의 변화에 민감한 치료자의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경험 있는 전문가에 의해 신중하게 항우울제의 치료가 시작된다 해도 치료 반응은 60%정도에 불과하며 완치도 1/3 정도에서만 일어난다. 우울증을 단순한 항우울제 처방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배운 의료인은 없다.

우울증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생물정신사회학적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개인의 과거력과 환경 등에 대해 세밀한 평가를 하고 이에 따른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치료 등과 다양한 심리사회적 치료 요법이 함께 적용돼야 한다.

약물 치료에 있어서도 다양한 약제의 병합이나 변경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항우울제만이 아닌 정신신경용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근본적인 우울증 자체에 대한 호전 없이 불안이나 불면과 같은 동반 증상을 잡기 위한 수면제나 항불안제의 대증적 치료는 약물 의존이나 남용의 위험성만을 높일 뿐이다.
 

우울증이 호전을 보이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증상의 양상과 자살 위험성 등을 평가해야 한다. 우울증은 증상이 심할 때보다 호전기에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재발과 만성화를 최대한 막기 위해 적절한 유지 치료 기간도 상의돼야 한다. 이 때 항우울제 외에 함께 사용하는 약제나 심리사회적 치료에 있어서도 개인과 상황에 따른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우울증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는 만성화를 막고 환자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켜줄 수 있다. 스스로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통증이나 기력 저하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다른 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많다. 이미 많은 종합병원에서는 신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 시스템을 이용하여 원활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의사들 중 일부가 자신이 가진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으로 환자들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이거나 지식적 오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보건복지부에서도 동네 의원 및 지역사회 건강증진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선별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빨리 발견하고 이들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의 편견을 해소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편의를 앞세워 오히려 역행하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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