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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압박 '논문 쪼개기' 관행 사라질까
미래부, 건수 평가 폐지···의학계, 일단 긍정적 반응
[ 2016년 03월 22일 12시 00분 ]

#1. 의과대학 A교수는 매년 논문을 내야하는 실적평가 압박에 결국 연구를 쪼개 발표하는 논문쪼개기꼼수를 택한다. A교수 曰 승진은 해야 하니까.”

 

#2. ‘연구비 따내고 논문쓰랴 또 환자보랴.’ 결국 환자 진료는 펠로우, 레지던트에게로 넘기고 연구에 신경 쓰기로 했다. “논문건수가 월급과 진급 여부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3. 의대 교수들은 대학과 병원에 동시발령된다. 2년 내 연구논문 발표 건수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대학발령을 취소시킬 것이라는 협박(?)도 당한다.

의과대학 교수들의 과도한 연구실적 압박에 따른 부작용이 개선될 수 있을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책 연구·개발(R&D)과제 선정·평가에 논문 게재 건수를 점수화해 반영하는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대한 계량적 평가 관행을 깨고 정성(定性) 평가를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의학 분야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치료법 연구’, 3D프린팅, 로봇기술을 활용한 수술법 개발 같은 융복합 연구’, ‘바이오 관련 연구등이 미래부의 R&D사업 평가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정부의 클릭’ 한번에 국내 의학연구와 교수평가 체계에는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단 의학계는 변화의 흐름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양적평가, 성과용 논문 치중 폐단 많아"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은 그동안 SCI급 논문 건수에 목메는 등 양적평가 병폐가 있었다. 교수들이 자기복제를 하거나 논문쪼개기를 하는 등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해 주목받지 못하는 논문을 만들기도 했다며 평가체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삼성서울병원 송상용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곳은 없다.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했다.

 

특히 기존의 논문건수에 따른 성과지표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미있는 연구의 기회를 줄이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상용 교수는 대학이란 다양성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성과가 나오는 곳인데, 공장에서 상품 찍듯 성과용 논문에 치중한다는 폐단은 문제가 있다정량과 정성지표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김범준 교수는 미래부는 도전정신과 창의정신이 필요한 부처라는 점에서 기존 평가와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학계에서도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경희대병원  경희의과학연구원장 이태원 교수는 “논문의 양이 아닌 질에 초점을 두고 큰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단,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획일화된 교수 평가체계, 변화 기대" 

대학 내 교수 평가체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정부의 평가가 에 치중돼 있다보니 대학 평가도 논문 위주로 획일화 돼 있었다환자를 잘보거나 교육에 매진하는 교수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체계가 논문의 질 제고는 물론 전인적 치료와 교육을 추구할 수 있는 형태로 가야한다치료법, 의료 질 개선, 실용화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지표들을 찾아내고 여기에 일부 논문 성과가 반영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패와 도전 가능한 평가지표 필요"

 

반면, 창의성과 실효성 평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모 교수는 미래부 발표를 보니 모호한 말들이 많았다. 개혁을 하려다 개악이 되는 경우가 적잖았다창의성을 평가한다며 황당한 기준이 제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김범준 교수는 성공하기까지 수 많은 실패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령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성과를 내라고 강요한다면 다들 될 만한 과제만 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성공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정하거나 연구결과만을 놓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지표로 연구자의 업적을 증명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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