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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2015년 07월 21일 14시 22분 ]

위급한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더 이상 건강보험기준에 맞는 치료로는 호전가능성이 없다. 그런데 마침 그 환자에게 적용해볼 만한 행위가 있다.

 

그러나 그 행위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비용을 받을 방도가 없어 환자로부터 대가를 징수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및 비용 징수가 우리나라 법제도 하에서 허용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12년 6월 요양급여기준과 절차를 초과하거나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여 가입자 등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하지만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 질을 향상시키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가입자 등 환자 역시 질병 및 부상에 대해 유효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예외적인 경우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도 허용된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허용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 진료행위 당시 그 행위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로 편입시킬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거나 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진료행위 시급성과 그 절차의 내용, 소요 기간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사전절차의 부존재 또는 절차 비회피),  ② 그 행위가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행위인 경우, ③ 환자에게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대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 기준을 제시한 이후, 법원이 구체적인 사례에서 위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고등법원은 여의도성모병원이 요양급여기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허가사항에 의해 해당 의약품 사용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에 위반해 백혈병 환자들에게 처방 및 투여한 후 그 비용을 전부 환자들로부터 징수한 것이 과다한 본인부담금이므로 이를 환자에게 환불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사건에서 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판단했는바,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요건인 사전절차의 부존재 또는 절차 비회피에 대한 판단에서는 사전절차란 그 행위에 대해 실효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실효적 사전절차를 의미하며, 만약 사전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볼 때 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그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는 회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요건인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전문가 판단을 존중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리고 세 번째 요건인 충분한 설명 및 환자 동의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대상은 건강보험 기준에서 벗어나 진료할 필요성 및 그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며 설명의 정도는 환자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 되는 것이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급박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소 포괄적인 설명도 용인된다고 판시했다.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분별하게 행하여질 경우 우리가 오랜 시간 쌓아 온 건강보험제도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곧바로 따라잡을 수 없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각 환자의 상태를 무시한 채 진료를 할 수도 없다.

 

고등법원 판단은 대법원이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건강보험제도의 유지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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