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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지 못하고 떠나가지 못하는 의사들
고한경 변호사
[ 2015년 07월 17일 20시 00분 ]

"성공적인 동업 개원을 위한 조언"

 

약 1년 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동업관계에 있던 대표원장에게 부과된 두 건의 행정처분 취소판결이 있었다.

 

의기투합해 의원을 개원했던 전문의들은 병원이 성장하면서 수익구조를 비롯한 경영적 측면에서 잦은 마찰을 빚었고, 결국 개원 2년여 만에 ‘필담’으로만 대화를 하면서 각각 진료한 환자 수익은 각자가 가져가는 실질적인 동업관계의 파탄에 직면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현지조사 결과 건강보험요양급여 거짓청구 사유가 발견됐고, 복지부는 이를 이유로 들어 건강보험법상의 과징금 처분과 대표원장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표원장은 과징금 처분과 자격정지처분 모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서로 다른 재판부에 배당된 두 사건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 대표원장은 과징금 처분취소 사건에서는 패소했으나, 자격정지처분 취소사건에서는 이겼다.


이때 두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고 하여 반드시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징금 처분과 자격정지처분은 법률적 성격이 다르거니와, 각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나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 또한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송결과를 떠나, 위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개원 후 동업이 파탄될 때까지, 그리고 서로 대화가 단절되기까지 당사자들이 겪었을 수많은 크고 작은 다툼과, 고민,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해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병원에서 냉전을 치루며 하루하루 지내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렇게 사실상 동업계약의 파탄 상태에 있었으면서도, 동업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지나갔다는 것이다. 헤어지지 못하고, 떠나가지 못하는 대치상태는 결국 위와 같은 안타까운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하였으나, 그 기간 동안의 고됨을 생각하면, 이는 당사자에게는 상처뿐인 승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궤도에 오른 병원을 청산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으나, 동업계약을 할 때 ‘대치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합리적인 청산방법을 계약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필자 또한 동업을 경험했기에 동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변호사이니만큼 누구보다 ‘동업계약서’를 면밀히 작성하고 동업을 시작했음에도 실제 동업과정은 쉽지 않다.


계약서가 예측한 범위를 벗어나는 일도 있었고, 계약서에서 정한 사항이 지켜지지 아니한 일도 있었다. 때문에 성공적인 동업의 관건은 ‘사람’이지 ‘계약서’가 아니라는 말은 분명 옳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업계약서’는 동업관계에서 가장 기본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겪어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측가능한 경영을 담보해주는 것은 ‘계약서’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병의원 개원 동업계약도, 스타트업 벤처기업이나 심지어 결혼관계에서의 부부재산계약 등도 어찌 보면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각 주주의 투자규모, 경영결정을 위한 이사회 구성이나 대표이사의 지명, 교착상태(deadlock)에 빠졌을 때 그 관계를 어떻게 아름답게 청산하는지에 대하여 정관이나 주주간 계약에서 반드시 가이드라인을 정하듯, 병원운영도 마찬가지다.


① 서로 얼마를 투자할지, ② 투자금에 대비한 의사결정권과 수익배분방식은 어떻게 할지, ③ 신규 투자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결정할지, ④ 직원관리 등은 어떻게 할지, ⑤ 어떤 사유가 있을 때 정산금이나 권리금을 지급하고 동업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이때 수술실적 등도 청산대상에 포함할지 등 예상 가능한 범위의 사건들에 대하여는 미리 어느 정도는 구체적인 합의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만, 스타트업 기업 등과 다르게 ‘병의원’은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령에 따른 여러 특별한 이슈가 있으므로,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최근 동업개원을 함께 준비하는 세분의 의뢰인 요청을 받아, 각 의뢰인을 개별적으로 여러 차례 면담하여 동업관계에서의 목표나, 우려되는 점, 기대치 등을 충분히 파악한 후, 합리적인 지점을 찾아 계약서를 작성했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 세분의 동업자가 함께하는 자리에서 동업계약의 각 내용에 대하여 PT를 거쳐, 세부적인 부분에서 최종합의를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동업개원까지 도움을 드린 일이 있다. 

 

이 때 서로 의기투합하여 시작을 하는 단계에서 동업자들끼리는 아무래도 ‘청산’이나 수익배분과 같은 민감한 내용들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변호사인 제3자가 여러 차례 개별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음으로써 서로의 감정이 불필요하게 상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동업계약서란 일종의 동업자 상호간 ‘규칙’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계약서를 상세히 작성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극한상황까지 가지 않고 제3자의 조정이나 중재를 통해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필자 또한 최초 동업계약에 관여한 변호사로서 동업자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개별면담을 거쳐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동업계약 구조를 조언드릴 때 “일일이 하나하나 합의해야 하고, 동업계약서 작성하는 것이 더 오래 걸리고 힘드니 그냥 대충하면 어떨까요?”라고 하소연처럼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고, 몇 번은 결국 상호 의견 차이를 줄이지 못해 동업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말씀드리곤 한다. “동업하시다 보면, 하나하나 의견 차이를 줄여 가셔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을 텐데, 지금 좋은 감정에서도 서로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면 동업자체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


자, 동업구조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은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으나 반드시 필요한 ‘동업연습’이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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