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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감정 '공정성·객관성' 확보 절실
의료분쟁 해결 '열쇠' 의사 손에 달렸나? "법원 판결 영향 무시못해"
[ 2015년 04월 06일 12시 21분 ]

[기획 2]의료분쟁사안은 폭넓게 인정되는 재량권의 범위를 가늠하고 의사의 진료행위가 재량권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의사 실수나 잘못을 환자 혹은 보호자가 또 다른 의사의 견해를 얻어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분야는 전문분야이기에 환자나 일반인이 행위 과정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면서 “환자들은 결국 동료의사에게 감정을 의뢰해야 하는데 의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진실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안 대표 외에도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은 '전문가'에게 의존해야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의료분쟁 관련 정보가 전문가 집단으로 집결되고 노출되지 않는 편향성을 보이는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배상과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을 완화하고,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추진해 2012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했다.

 

환자·보호자 의심은 깊어지는 추세…해법은 중재?


중재원 설립으로 소송에 앞서 의료기관과의 중재를 요청하거나 민간인이 포함된 의료감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할 경우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이 신청한 날로부터 60일, 최대 90일 내에 감정서를 작성하도록 돼있다. 중재원 보고대로라면 평균 소요기일은 49일이다.

 

이에 신청건수도 매년 증가해 2012년 503건에서 2013년 1398건으로 2.5배가량 늘었고, 2014년 7월말 기준 1120건이 접수됐다. 의료사고 상담은 지난 3년 동안 하루 평균 156건, 총 8만9550건에 육박했다. 다만 요양기관의 중재 수락이 있어야해 조정개시건수는 40.8%에 불과하다.


중재원 의료사고감정단 관계자는 “전문지식이 없어 환자가 의료사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서 의의가 크다”면서 “타 기관 1인 감정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됐던 점을 보완하고, 5인 합의체로 운영해 신속성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중재원 또한 한계는 분명이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환자들은 분쟁조정절차가 상대방의 동의에 의해 시작되는 점으로 인해 조정 성립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중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 기준 3021건이 신청됐고, 이 중 42.3%인 1234건만이 조정을 개시했다. 조정절차에 불참하거나 각하한 수는 1684건이었다.


중재 부동의 사유로는 단순 참여거부가 129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실 없음을 주장하는 건도 363건에 이르고 있다.


이 외에도 의료사고감정단의 감정위원 인력풀 및 전문성, 현지 방문조사 거부 또는 방해, 조정절차 상 제출된 자료의 소송 원용 등이 문제로 제시됐다.


이에 공감해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전 보건복지위원장은 조정 자동 개시 등의 개선안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했다.


중재원도 제도의 한계와 개선의지를 내비쳤다. 중재원 관계자에 따르면 “권역별 제도설명회, 의료계·소비자단체 간담회 및 세미나를 통해 다각적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제도개선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조정개시율 제고 등 제도 합리성 강화와 더불어 전문 인력의 협조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재 받지 못한 환자, 사안감정 지연으로 또 ‘낙담’


만약 중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중재에 불복할 경우 기존처럼 의료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의료과실을 규명할 수도 있다.


실제 중재에 실패해 민·형사상 법원으로 사건이 접수되는 건만 매년 2000건에 육박한다. 더구나 의료소송 결과가 나오는데 까지 평균 2년 3개월이 걸린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형사소송은 최근 4년 평균 772.5건이 제기돼 61.9%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산형을 받았다.


선고유예와 무죄도 10%에 육박했다.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원고 패소판결이 각하 및 조정된 건 등을 제외하면 46%에 이른다.


이와 관련 의료전문 변호사 A씨는 “원고(환자) 부분승소를 모두 포함해야 그 정도다. 실제로 형사는 완전 승소가 희박하고 민사도 30%가 안 된다”면서 “과실 여부가 애매한 사건이 많은데다 감정을 요청해도 버티고 결과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소송비용 등이 부담돼 합의를 하는 등 소송을 취하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은 의료사고와 관련 “진료과정에서 의료과오나 사고 원인이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은 의료기관 또는 의사의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법관이 이용해 경험칙과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가인 의사의 감정 없이는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대한의사협회, 개별 대학병원 혹은 관련학회 등을 통해 진료행위에 대한 감정을 요청한다. 더구나 이러한 의료소송 감정의뢰는 매년 2000여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의협으로 접수된다.


의협으로 접수된 감정의뢰서는 ▲학회 선정 및 감정위원 선정요청 ▲감정위원 선정 후 자료전달 ▲학회 내 감정위원회 논의 ▲감정결과 의협 송부 ▲감정결과 의뢰기관 송부의 6단계를 거쳐 의뢰기관에 전달된다.


단계가 많고, 2중 3중으로 의뢰와 검토가 이뤄지기에 감정의뢰부터 결과송부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빠르면 3개월, 평균 6개월이 소요된다.


의협 내규로 3개월 내 감정을 마무리할 것을 권하고는 있지만 2년이 넘도록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1인감정이 대부분이며 검토 과정에서 언어가 순화되거나 결과가 다듬어지는 경우도 있어 결과가 애매모호해지는 일도 생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교수는 “의료라는 영역이 과정상 과실을 명확하게 구분할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여러 단계를 거치며 시간이 늘어지고 감정결과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3년째 의료소송 중인 한 환자는 “학회에 감정을 요청한지 2년이 넘었다”며 “기다리라는 말 외엔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진행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에서 독촉장을 보내도 반응이 없다. 법원조차 감정의뢰를 변경해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시민단체와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등은 의료사안 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감정 지연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감정 소요시일조차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있다.


지연된 소송을 맡고 있는 의료전문변호사는 “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 당사자들은 혹시라도 결과에 부정적일까 지연이 되도 말 한번 하지 못 한다”면서 “감정기한을 정하거나 감정지연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받지 못한 의료사고 감정…더 큰 불신 초래


결국 의료사고는 전문가의 실수 혹은 잘못에 의해 일어나고, 전문가 손에 그 실수와 잘못이 밝혀지는 구조로 귀결된다.


한 마디로 의사 손에 의료사고의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감정에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점은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하지만 ‘가재는 게편’이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의료감정에서 외압 등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소지를 방지하기 위한 감정위원 비공개원칙이 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감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의사들의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사의 명예와 식견이 걸려있는 일인데다 절차를 거치며 검토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강조한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의사들의 객관성이 담보된다면 최상”이라고 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나의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모든 것일 수 있으며 인생을 좌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각계의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포함된 중재원 감정단처럼 의료감정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의사들의 감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기전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의사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며 사안 당 30만원의 일감 던져주기식 감정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김소윤 교수(의료법윤리학)는 “의사들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감정을 요구하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진료와 연구도 시간을 쪼개가며 쓰는 이들에게 감정이 필요하다며 보상도 동기도 별로 없는 일을 던져준다면 당연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전문감정인력을 배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법원 또한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요청하고 방치하다 왜 빨리 처리 안하냐는 식의 독촉만 하는 방식을 벗어나 사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재원의 설립 당시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차원에서 사건의 객관적 정보를 축적해 유사한 유형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것도 포함돼있다”면서 “의사 개인의 잘못과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 사회적, 구조적 배경과 문제를 해결하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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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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