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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 그 종합적인 해석
서울 강남우리들 병원 이준호 진료부장
[ 2014년 09월 19일 17시 28분 ]

요통은 감기나 두통처럼 일반 성인들이 겪는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이다. 3명 중 2명이 한 번쯤은 이 요통으로 결근을 하거나 병원을 찾는 경험이 있다고 한다.

 

중년 성인의 경우 병원에 내원하면 의료진과의 문진 후 일반 방사선 촬영을 하고 “요추 *번 *번 사이 추간판이 좁아져서” 란 말과 함께 “디스크 끼” 가 있다는 말을 듣고 MRI 등 정밀 검사를 권유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흔히 일반인이 언급하는 ‘디스크’란 의학 용어로 ‘추간판 또는 수핵 탈출증’을 일컫는다. 이는 탈출된 수핵에 의해 하지로 내려가는 신경근 부위가 압박받아 다리 저림 증상을 유발, 경우에 따라서는 발목 또는 발가락 등의 부분 마비 증상까지 유발해 실제 수술을 요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요통 환자의 10% 내외의 드문 케이스다.

 

따라서 요통을 모두 디스크라고 볼 수 없지만 자칫 일반인들 사이에 잘못 알려져 ‘요통’ 증상이 ‘디스크’라는 질병으로 변질돼 용어 자체에 혼동을 가져오고 지나치게 요용되는 경향이 있다.

 

요통의 원인과 노화에 따른 요추부의 구조적 및 기능적인 변화는 다양하다. 단순히 허리를 무리하게 잘못 사용해 근육 경련이나 관절 강직을 일으켜 나타나는 소위 ‘요추 염좌’, 추간판 및 척추 관절의 심한 퇴행으로 인해 해당 척추 분절의 불안정 및 비정상적인 운동이 야기된 척추 불안정증까지 ‘요통’의 범주는 매우 역동적이다.

 

따라서 그 치료 선택에 있어서 질환 자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증상 정도, 일상생활의 제한 정도, 전신 컨디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논의 후 적절한 선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제반 검사 후 방사선학적으로는 허리병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증상을 별로 못 느끼고 생활에 제약이 없다면 적절한 휴식과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 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때문에 신경이 눌리지는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통증이 빈도도 잦아지고 정도도 갈수록 심해진다면 수술적 요법을 포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치료 선택에 유연성이 있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권유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환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옳지 못한 ‘디스크끼’ 란 말에 의해 자신이 겪는 증상의 본질을 제쳐 놓고 혼동된 질병 명에 치료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면 안 된다.

 

검게 변한 내 디스크 … 만성 요통의 근원인가?

 

긴 연휴가 끝나고 나니 연휴 내내 고생한 중년 주부들의 내원이 잦은 편이다. 평소에도 일 년에 한 두 번씩 허리가 안 좋아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이번 연휴 동안 무리했더니 다시 도졌다는 것이다. 아무 검사도 안 해봤냐고 물으니 전에 근처 병원에서 x-ray 한 번 찍어 봤는데 의료진이 사진 상으로는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 침만 맞아 왔다고 한다. 평소에 활동할 때 허리만 많이 아프고 다리 아픈 것은 별로 못 느낀다고 한다.

 

이런 환자들에게 MRI 등의 정밀 검사를 시행해 보면 허리 한 두 마디에 소위 검은 디스크 (black disc)의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이른바 추간판 내장증 (degenerative disc disease)이라고 불리는 이 소견은 하지로의 방사통 없이 요통을 주로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MRI 소견상 신경근 압박 등의 소견 없이 추간판 높이도 정상인 못지않게 꽤 유지되는 경우도 있어 그 정도를 단순한 x-ray 등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추간판 내장증, 소위 검은 디스크라는 병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진단 기준, 병태 생리, 자연 경과 등이 추간판 탈출증 같이 밝혀진 바가 없어 환자들에게 올바르게 설명하고,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어려움이 그나마 학계에서 어느 정도 동의 받는 것은 수핵의 퇴행으로 야기된 각종 염증 또는 통증 유발 화합물질 들이 통증 수용체가 분포하는 섬유륜의 바깥쪽에 균열 (fissure, high-intensity zone on MRI) 을 통해 침범하여 요통을 유발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을 근거로 섬유륜에 분포하는 통증 수용체를 없애려는 목적 하에 시행해 본 섬유륜 성형술 (annuloplasty) 또는 고주파열 치료술 (IDET), 신경성형술 (epidural neurolysis) 등의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가설만이 병적 상태를 해석하는 데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만일 내 디스크가 검다는 설명을 듣고 소위 철심으로 고정술을 받을 것을 권유 받았다면 재고 해볼 필요가 있다. 추간판이 검게 변하는 것은 대개 30세 이후에는 남녀 구분 할 것 없이 허리 한 마디 쯤에 다 나타날 수 있는, 어쩌면 나이를 먹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하튼 과학적인 연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확실한 치료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두고 무분별하게 수술을 위한 침습적인 치료가 선행되어서는 안 된다.

 

일단 위 양,음성 반응의 가능성은 있지만 추간판 조영술 (discography) 등으로 요통과의 연계성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그 증상 정도가 본인 판단에 인내할 수 있는 정도라면 척추 근력 강화 운동 등의 물리치료부터 장기적으로 꾸준히 선행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 정도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라면 좀 더 침습적인 치료를 요할 수도 있는 데 경우에 따라서는 골 유합술 까지 요하는 경우도 있으나 병 자체가 확고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관계로 이에 대한 수술적 치료 역시 실험적일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검게 변해버린 ‘나쁜’ 디스크지만 결과적으로 남의 것을 쓰는 것보다는 나쁜 내 것을 놔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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