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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현장의 어려운 환자·보호자 대처방법
법률사무소 찬란한아침 고한경 대표변호사
[ 2014년 07월 15일 14시 10분 ]

"분쟁 발생이 의사와 환자 Rapport 문제만은 아니다"

 

- 충남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서 진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 의하여 피살당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 부산의 한 병원에서도 신장장애를 가진 환자가 담당의사가 전원 소견서를 써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 부천의 한 원장이 1년 넘게 치료를 해 온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 어느 치과의원에서 스케일링 및 충치치료를 받은 환자가 치료불만족을 호소하며 500만원 배상을 요구하여 의사와 몇 차례 다툼이 있은 뒤, 의사의 양쪽 허벅지와 등 부위를 칼로 10여 차례 찔러 의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대구의 한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던 원장이 20여 년 진료해 온 환자가 휘두른 23cm 등산용 칼에 찔려 복부에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 고양시 일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시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조선족 환자가 흉기로 의사의 팔과 배 등을 6 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료인 피습사건만을 건조하게 나열한 일지이다. 그때마다 법 개정을 비롯하여 여러 대책이 논의되었지만, 2014년 현재 진료현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고성과 짜증, 험한 말이 오고 가고, 때로 멱살잡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2011년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80.7%가 폭언을 경험했고, 50%는 실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13년 의협 설문조사 결과 63.1%의 대상자가 의사·간호사·직원에 대한 폭행이나 기물 파손 등의 진료실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폭언 등 진료방해행위를 겪었다는 응답은 무려 95%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도 그때 뿐,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특혜법’이라는 날선 비판에 국회를 표류했고, 결국 사태의 원인은 ‘의사 개인의 소통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곤 했다.


물론,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에 처벌조항을 신설하지 않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엄중한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환자와의 소통 부족이 그 원인의 하나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의사 개인에게 진정성이나 대화의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일선 진료현장의 호소가 사소해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의료인의 소통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3분 진료, 5분 진료가 일상화될 수 밖 에 없는 저수가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결론적으로 의료법 개정안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단지 라뽀 형성의 실패로만 이해하는 시각은 수긍하기 어렵다.

 

일단 원내 ‘매뉴얼’ 마련하고 시행해야
일부 시민단체는 의료인들이 왜 ‘법률’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만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필자의 생각에 이는 현재 진료현장의 폭행, 협박, 다툼, 난동이 대부분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 또한 변호사로서 다양한 고객을 대면하기에 짐작해보지만, 진료현장에서 환자·보호자와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아닌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감정적인 다툼으로 비화되기 쉽다.


그리고 이처럼 개인 간 싸움이 되는 순간(마치 쌍방폭행처럼), 합리적인 대응이나 해결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법’ 혹은 ‘규칙’이 개입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원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떼쓰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법’ 또는 ‘규정’은 그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원내 규정 마련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보자. 상점에서 고객과 환불문제로 마찰이 발생했을 때, 단지 ‘이미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환불해 줄 수 없다’라고 하는 경우와 ‘우리 점포 규정은 이러이러한데, 이 부분은 이 규정에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규정상 환불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규정을 보여주는 경우 상당수의 고객 반응은 크게 달라지게된다.


‘규정’과 ‘규칙’을 들어 당신의 주장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원칙과 비원칙의 구도로 만들어 비상식적인 클레임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직접적으로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정’과 ‘규칙’은 완곡하게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잘 짜여진 원내규정은 사후 대처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사전에 원내 매뉴얼(혹은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직원들까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미 일은 벌어져 있을 것이고 경찰은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인한 폭행문제로 치부할 것이며 그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아 추후 민·형사상 대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만일 원내 매뉴얼이 있고, 직원들까지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증거자료를 남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원내 매뉴얼, 혹은 규정은 큰 비용이 들어가는 거창한 것은 아니다. A4용지 두어장 남짓으로 충분한 ‘규칙’이며, 관건은 그 내용과 직원들로 하여금 숙지하게 하는 약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병원의 특성 및 규모, 내원환자 성향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이지만,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잠깐 소개하자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심하면 좋다.

 

가능하면 원내 CCTV 설치
환자 특성을 미리 파악하여 분쟁소지가 있어 보이는 경우 반드시 의무기록, 간호기록지 등을 매우 상세하게 작성해둬야 한다.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료실에서의 홀로 대응은 피해야 하며 목격자(직원)이나 CCTV 촬영이 가능한 지역으로 유도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상황이 사소하지 않다면 녹취,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도 마련해야 한다.


폭행, 협박 등이 수반된다면 반드시 112 신고 접수기록을 남겨두자.


피해가 발생하고 경찰이 출동했다면 경찰에게 직원을 통해 강한 고소의지 표현 및 현행범 체포를 요구해야 한다. 많은 경찰이 대수롭지 않게 무마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후 대처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대부분 의료분쟁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환자나 보호자가 행정청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강하게 형사고소를 할지, 민사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환자나 보호자의 시위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 등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적절하고 노련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병원에 맞는 원내 규정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직원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시행한다면, 병원 자체적으로 많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분쟁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규칙이나 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비용과 사소한 노력만으로 미리 문제 상황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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