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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는 해외로…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2014년 01월 19일 20시 00분 ]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원격 진료를 일부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원격진료 논란 이전에도 의사가 환자와 직접 만나지 아니한 채 전화로만 상담 후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가 있었고,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결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결정에서 의료법이 제17조에서 ‘직접 진료’하여 처방전을 발급하도록 한 것의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로 진료하도록 하는 취지이므로 ‘대면 진료’를 뜻한다고 설시했다.

 

그리고 진료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진료해야 하는 것이 의료법의 기본 취지와 연결되므로, 환자를 대면하지 아니하고 전화통화에 의한 문진 등 일부 방법만으로 병상 및 병명을 규명·판단하는 것은 진료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대면 진료를 하여 환자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대법원은 살 빼는 약을 계속 처방받은 환자들 중 일부에게 전화로만 상담한 후 약을 처방해 의료법 제17조 ‘직접 진료’ 규정에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료’라는 규정이 반드시 ‘대면 진료’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의 목적은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있기 때문에 그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금지할 이유가 없고,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각국은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보험수가 등의 조정을 통하여 비대면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두 가지 방향의 판결과 정부의 입장을 종합할 때, 환자의 편의를 위해 국민건강 보호에 반하지 않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환자와 의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은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에서도 반복적 처방을 행하는 재진환자, 거동이 어렵거나 기타 사유로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할 수 없는 형편의 환자 등에 대하여 전화를 통한 상담 후 처방이 행해지고 있다.

 

어떤 경우는 환자의 보호자들이 처방전을 대신 수령하기도 한다. 정부는 원격진료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에 벽지 거주자, 군인, 재소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하여 가벼운 질환만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고, 그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허용되는 비대면 진료의 범위와 정부가 내놓은 원격진료 허용안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6년 서울에 첫 모범보건소가 설립된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무의촌(無醫村)이 없어지도록 보건소 확대 사업을 꾸준히 시행했다.

 

현재는 지역보건법에 따라 각 읍, 면마다 1개소 이상의 보건지소를 설치하고 1인 이상의 위촉위도 두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료인 인력의 질이 훌륭하고 의사의 배출도 꾸준히 이루어져 의사 수에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1981년부터는 공중보건의사(예비역 장교의 병적에 편입된 의사들로 3년 간 공중보건업무 종사명령을 받은 자)들을 무의촌으로 배치하기 시작, 1983년 경 이미 무의촌은 사라졌으며, 현재도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외딴 섬, 산간 벽지에서 근무 중이다.

 

대법원의 판결 이유 중 설시와 같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의 비대면 진료는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비대면처방, 혹은 원격진료)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이 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비교적 국토가 좁고 무의촌이 없으며 의료인의 질이 뛰어난 나라는 차선책인 원격진료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려 의료인을 다양하게 분포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국토가 5개의 큰 섬을 포함한 1만3466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 국토의 면적은 190만㎢로 한반도의 약 9배 넓이다. 그리고 인구수는 2억 3,760만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의 인구국이다.

 

인도네시아는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내며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나, 의료 시설이 그에 미치지 못해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규모가 주변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넓은 국토가 전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도네시아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전달이 되지 않는 지역이 매우 많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국의 GE헬스케어와 손잡고 의료용 모바일 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의료진의 수마저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인 원격진료의 도입이 시급한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원격진료안은 현재의 비대면진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비대면진료는 내수용으로 정비하고 남용을 방지하는 정책이, 원격진료에 관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기술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과 결합해 해외로 수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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